北재료 쓰던 음식점 직격탄
교역·위탁가공 업체도 휘청
“피해규모 15조… 앞길 막막”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은 올랐을 겁니다. 비싸졌지만 중국을 거쳐서 들어오기 때문에 품질은 떨어졌습니다.”

인천에서 북한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다. 음식점에서는 조갯살, 인조고기 등의 북한음식을 판매한다. 바지락 등 가능하면 북한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5·24 조치로 북한산 물품의 반입이 금지됐다.

5·24 조치 이전에는 북한산 바지락과 고사리 등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북한산 농수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북한산 재료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고, 들어오는 것들도 품질이 좋지 않다”며 “가격이 비싸져서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음식 전문점뿐만 아니라, 북한산 해물을 주재료로 사용했던 경기도 내 일반 음식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북한산 조개, 민물새우, 꽃게 등의 자리를 중국산이 채우고 있는데, 이는 북한산의 반입 금지로 국내산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산을 사용할 경우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음식점 업주의 설명이다.

2010년 5월 정부는 남북 교역 금지 등이 담긴 5·24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북 교류는 끊어졌다. 농수산물의 반출·반입뿐 아니라 위탁가공을 위한 교역도 중단됐다.

5·24 조치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산 농수산물이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탓에 가격만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남북경협 기업의 피해는 더 직접적이다. 금강산 관광 여행업을 포함한 남북 경협 기업의 수는 5·24 조치 전까지만 해도 1천여 개가 넘었다. 대북 투자기업, 남북 교역 기업, 위탁가공 교역 기업 등이다. 이들은 5·24 조치 이후 5년이 지나면서 30%가량이 휴·폐업 상태다. 피해 규모는 10조원을 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남북 교류가 중단돼 있는 기간 북한과 중국의 교역은 크게 늘었다. ‘중국 맞춤형’으로 변한 것인데, 북한에 대한 중국 등의 투자도 활성화됐다. 북한이 쉽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대중 수출 확대에 집중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경협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유동호 위원장은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들 중에서 이미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많다. 보수적으로 잡은 피해액이 15조원에 이른다”고 했다.

또 “남북경협은 장기적으로 북한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는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24 조치를 해제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민욱·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