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허술한 대응 속에 말로만 ‘안심’을 외치는 동안, 실제 현장에서는 메르스 공포가 체감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대해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한 차례 엄습된 공포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행사 취소하고, 건강검진까지 미뤄
= 수원시는 3일부터 4일까지 전라남도 화순·나주지역으로 간부 공무원 30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예정했다 메르스 확산 여파로 취소했다. 인근 화성시 역시 장안면 서신면의 경로 효잔치 등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가평군도 오는 10~11일 예정된 6급 이상 공무원 단체교육을 미뤘다. 취소 또는 연기 행렬은 경제계에도 이어졌다.
수원상공회의소는 4일 오전 7시30분에 열릴 예정이던 조찬강연회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도 3일 예정됐던 ‘중소기업유공자 포상’ 시상식을 각각 취소했다.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는 3일 서울본부와 경기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판매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연기했고, 5일 수원 광교산에서 지역농협 관계자들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던 환경 정화작업을 취소했다.
= 메르스 공포에 외출을 꺼리면서, 외식업계는 이미 예약 취소 등 직격탄을 맞고 있고 유통업계는 이같은 분위기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2일 평소 저녁 손님들로 북적이던 수원 인계동과 매탄동 일대는 유독 한산했다.
권선구의 H갈비전문점 대표는 “회식 등 단체손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며 “저녁에 가족단위 손님들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 다중집객시설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의 경우 매장 방문 대신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배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출이 당장 눈에 띄게 감소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방문, “두렵다, 싫어” 한류 역풍 뚝
=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여행을 취소한 중화권 여행객이 4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전문채널 TVBS 등 대만 매체는 대만 관광국 통계를 인용해 성수기인 6월부터 오는 9월까지 예약된 한국행 대만 단체 관광객 가운데 2천여 명이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3일 보도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오후 한국 수도권 지역의 여행경보 단계를 1단계 수준인 ‘회색’ 단계에서 2단계인 ‘황색’ 단계로 격상했다. 홍콩 여행객도 한국 대신 대만과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2일 기준 홍콩 여행객 285명이 서울 여행상품 예약을 취소했다. 중화권 관광객 비중이 높은 경기·인천 관광업계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한류 영향으로 관광객 증가에 웃음을 짓던 일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욱·신선미·이원근기자 km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