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손님 뚝 전철역도 썰렁
부대인근 사람마다 ‘ 마스크’
초·중·고 잇단 휴업에 ‘적막’
“한 두 다리 건너면 환자들”
주민 ‘공포 극심’ 외출 자제

메르스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집중된 경기 남부지역이 전염병 확산 공포에 떨고 있다. 매일 추가 감염자 소식에 중심상가와 전철역 등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까지 인적이 끊겼고, 간혹 만나는 행인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4일 낮 12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남부지역 도심의 유명 식당가는 점심시간임에도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이곳은 전철역, 터미널과 인접해 지역 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하지만, 도로는 물론 골목 곳곳이 텅 비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주민들도 마스크를 한 채 바삐 걸음을 옮겼다.

상인들 역시 메르스 공포로 직격탄을 맞았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1·여)씨는 “메르스 환자 발생 이후 최근 며칠 간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지난주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손님이 이젠 아예 없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전통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50여 곳의 크고 작은 점포 중 10여 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이모(64)씨는 “최근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시장을 폐쇄한다는 헛소문까지 돌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오산 공군기지에서도 간부의 메르스 양성 판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대 안팎을 드나드는 대부분 사람은 메르스를 의식한 듯 마스크를 착용했다. 공군기지 정문에 배치된 헌병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량 출입을 통제했으며 의경들도 모두 마스크를 쓴 채 근무를 섰다.

이처럼 메르스로 인한 불안이 확산되자 일대 약국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약국들은 하루평균 300여 개의 마스크를 확보해 판매하고 있지만, 오전 시간이면 모두 동날 정도다.

약사 이모(50)씨는 “손님들은 황사 마스크(KF94)와 보건용 마스크(N95) 등 정부에서 인증받은 마스크를 주로 찾지만 거의 들여오지 못한다”며 “3차 감염자가 처음 발생한 2일에는 2시간여 만에 300개가 동났다”고 말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구열을 불태워야 할 이 지역의 대학 캠퍼스도 일제히 내린 휴강 조치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경기 남부지역의 한 대학은 기숙사생 900여 명을 퇴실시켰고, 도서관 운영도 중단했다.

인근 다른 대학에서도 각 강의동은 ‘일시 폐쇄’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은 채 굳게 잠겼고 편의점 등 복지시설에도 학생이 없어 운영을 조기 종료했다. 특히 이들 지역 내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대부분 휴업을 한 상태다.

주민 손모(47)씨는 “한두다리 건너 집마다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있거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곳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심은 말도 못한다”며 “동네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것같이 무섭고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권준우·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