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온상이 되고 있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에어컨, 의료진을 통해 메르스가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일 보건당국이 민간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찾아 환경검체 조사 등을 벌인 결과 이런 의심이 대체로 사실로 드러났다. 

메르스 민간합동대책반의 역학조사위원장인 최보율 한양대 교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병실마다 있어야 하는 환기구와 배기구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초 감염자의 기침으로 공기 중에 나온 침방울과 바이러스로 오염된 손과 접촉한 환자복과 리넨 등에서 발생한 먼지 등은 환기나 배기가 되지 않은 채 병실 안에 고농도로 쌓이게 됐다. 

이런 오염된 물방울과 먼지 등을 빨아들인 에어컨은 찬공기를 배출하면서 바이러스를 가스(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내뿜은 것으로 의심된다. 

에어로졸 상태가 된 침방울 입자 등은 훨씬 먼 공간까지 떠서 이동, 다른 병실과 층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5개 병실에서 에어컨 필터를 꺼내 조사한 결과 아르엔에이(RNA)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됐으며, 병원 내 환자 손잡이 등 다른 환경검체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또한 환자가 집중 발생한 병동에 근무한 간호인력들도 확진자로 나왔는데, 이들이 감염된 상태로 병실을 돌면서 병원체를 더욱 퍼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학조사위원회는 다른 환자 발생 병원에 대해서도 환경 조사를 벌이고 위험도를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