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자유일정 중 익사한 여행객의 유족에게 여행사가 일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부(김대웅 부장판사)는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을 갔다가 사고로 남편을 잃은 A씨와 자녀가 여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족에게 약 2억9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A씨 가족은 2013년 이 여행사의 '필리핀 세부 4박5일 패키지' 상품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패키지에는 호핑투어(필리핀 전통 배를 타고 스노클링, 낚시 등을 하는 프로그램)에 자유일정이 포함됐다.

종일 자유일정이었던 4일 차 아침에 남편은 호텔 해변에서 구명조끼 없이 스노클링을 하다 수심 2.1m 바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남편은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단란한 가족 여행은 비극이 됐다.

A씨는 여행사가 남편에게 스노클링 사고 위험과 안전 수칙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행사는 "자유일정 중 스스로 선택해 스노클링을 했고 구명조끼도 입지 않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호텔 해변 스노클링 1회 이용권이 여행상품에 포함돼 있었던 만큼 여행사에도 주의 의무가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여행사는 "호핑투어에서도 스노클링 안전교육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스노클링 장소가 다르면 별도 교육을 해야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점, 해변으로부터 10.5m 떨어진 비교적 먼 곳까지 간 점 등을 들어 여행사의 과실 비율은 10%로 제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