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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총 122명으로 집계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로비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추가 환자 8명 중에는 처음으로 외래환자와 임신부 환자가 포함됐다. 77세 여성인 115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외래환자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 중이던 임신부 환자 역시 지난달 27일 같은 병원 응급실을 찾은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연합뉴스 |
국내 정상급 종합병원으로 전국 각지 환자가 몰리던 '의료 명가'가 메르스 회오리에 휩싸였다.
메르스 진원지는 국내 첫 감염자인 1번 환자(68)가 지난달 입원했던 종합병원인 평택성모병원이었다. 1번 환자와 함께 병원에 머물렀던 환자·가족·의료진 등 30여명이 대거 메르스에 감염되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당시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14번 환자(35)가 움직이면서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해당 환자가 지난달 27일 추가 치료 때문에 시외버스로 상경하자마자 호흡 곤란을 호소, 구급차를 부른 것이다.
구급차로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면서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는 메르스 발병 병원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병원 측은 14번 환자를 받으면서 메르스 감염 위험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약 이틀 동안 14번 환자가 격리없이 치료를 받는 사이 응급실 내에 바이러스가 빠르게 돌았다.
응급실에 들른 외과의사(38)가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응급실에서 감염자가 속출했다. 11일 현재 삼성서울병원 확진자는 55명으로 평택성모병원(36명)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 1천명 이상을 격리해 추가 전파를 막으려 했지만 '불길'은 뜻밖의 방향으로 번졌다.
정형외과 외래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환자(115번)가 11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115번 환자가 응급실과 접촉한 적이 전혀 없다면 응급실을 넘어 병원 내부 곳곳에 메르스가 확산한 상황을 의심할 수 있어 파문이 클 전망이다.
그동안 낭설로 치부되던 메르스의 '공기 감염' 위험성마저 일부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메르스는 지금껏 제한된 공간 내에서 환자의 콧물이나 침으로만 전염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임신부 확진도 고민거리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했던 한 임신부(39)가 급체 증상으로 같은 병원 응급실을 찾은 모친을 만나러 올 때 바이러스가 급습한 사례다.
이 임신부(환자 109번)는 현재 증상이 가볍고 상태가 양호하지만 항바이러스제 등 약물을 함부로 못 쓰는데다 태아의 안전 문제까지 겹쳐 앞으로 치료에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전염의 출발점인 1번 환자와도 인연이 있다.
1번 환자가 메르스 감염 사실도 모른 채 지난달 평택성모병원을 퇴원하고 이후 '증상이 낫지 않는다'며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당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1번 환자에 대해 메르스를 의심해 즉각 격리를 하고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 이 병의 국내 발병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때문에 메르스 사태 초기 인터넷에서는 '초기 대응에 계속 실패한 보건 당국보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훨씬 낫다'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응급실 밖 추가 전파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런 '초기의 공(功)'은 사람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쌓은 '브랜드 파워'가 있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 비해 메르스로 받을 타격이 적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