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경기지사. 8년간 경기도지사를 지낸 그는 도지사 직전에 10년간 경기 부천시 소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근 20년간 쉽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경기지역을 기반으로 탄탄대로의 정치 여정을 보냈다. 그런 그가 이제 20대 총선에서 ‘재입성’하기 위해 경기도를 떠나 대구행을 선택했다.
김 전 지사는 11일 경인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거침 없었지만 정치적 고향을 떠나는 미안한 마음과 섭섭함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그는 “내년 총선 대구에서 꼭 살아오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너무 죄송하고 역량이 없다. 성원에 감사하다. 더 크게 보답할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며 짤막짤막한 말 들을 쏟아냈다.
김 전 지사가 대구행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 자신의 대권 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지역에서 출마할 경우 이미 다 차 버린 당협(당원협의회)에서 후배들의 ‘밥그릇’을 빼앗아야 하는 부담이 있고, 마침 대구 수성갑의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이인제 전 지사와 손학규 전 지사가 지역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권 도전에 실패한 점도 김 전 지사의 선택에 고려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그는 “작년부터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권유가 있었고, 결정적인 것은 이한구 의원의 불출마로 김부겸(새정치민주연합)과 대적할 사람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당과 고향을 위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조건에 들어맞았다는 말이다. 새누리당도 김 전 지사의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당 지도부가 6월 말까지 대구 수성갑 등 일부 사고 당협 조직위원장을 공모하기로 한 것도 김 전 지사에 대한 정치적 배려로 해석된다.
김 전 지사가 대구로 ‘하방’하는 것도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대권 도전의 일환이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서울시장 하고 바로 청와대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경기도를 떠나)고향에서 살아 돌아오겠다”고 말한 점은 대권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감추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도 이번 김 전 지사의 대구행을 계기로 이달 말까지 사고 당협 조직위원장 인선을 마감하기로 하는 등 20대 총선 조직 재정비에 들어갈 방침이다.
10일 조직위원장 공모를 마감한 결과에서도 광명을과 파주갑에 경쟁력 있는 인사들이 몰렸다. 당 지도부가 사전에 다양한 인물들과 교섭을 벌였다는 소문도 있다.
광명을의 경우 주대준 선린대 총장과 정재학 전 당협위원장, 이효선 전 광명시장 등 3명이 신청서를 냈고, 파주갑에는 박상길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과 이영희 한국경비원 총연합회 총재, 조병국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정성근 전 당협위원장 등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