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첫 감염자로부터 대규모의 2차 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보건당국은 1차 유행은 종식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유행시킨 '슈퍼 전파자'가 경기도 평택시의 평택굿모닝병원에서도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전파자(14번 환자)는 현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강한 전염력을 보였던 사람이다. 14번 환자의 감염 경로가 삼성서울병원 울타리를 넘어 지방 타 병원으로 확장한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12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4번 환자는 지난달 25∼27일 사이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하면서 모두 3명(118번·121번·126번 환자)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126번 환자는 12일 추가된 확진자이고, 나머지 2명은 전날 확진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뒤늦게 감염 경로가 드러났다.

▲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9일 도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의심환자 증가 추세에 따라 평택보건소에 119구급차 이송대기소를 설치하고 구급차 5대를 배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30대 남성인 14번 환자는 애초 지난달 중순 '메르스 첫 진앙'이었던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있던 중 같은 병원 환자인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68)에게서 병이 옮았다.

14번 환자는 이후 평택굿모닝병원에서 입원하다 폐렴 증상이 나빠지자 서울로 올라와 지난달 27∼29일 2박3일 동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지내면서 다수의 환자·환자 방문객·의료진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당시까지도 14번 환자는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됐는지를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증상은 고열·기침·호흡곤란 등으로 눈으로 봐선 폐렴과 구분이 어렵다. 그는 지난달 29일에야 방역 당국의 '메르스 의심 환자' 통보가 떨어져 격리됐고 이튿날 객담(가래)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환자 1명이 오면서 순식간에 메르스 2차 유행 '날벼락'을 맞은 삼성서울병원은 환자·의료진 2천500명 이상을 격리해 관리하고 있다.

반면 평택굿모닝병원은 12일 전까지는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14번 환자가 거쳐 간 사실만 있어 '환자 경유지'로만 분류됐었다.

그러나 14번 환자가 실제 평택굿모닝병원에서도 3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곳에 추가 역학 조사와 방역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임신부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이 '메르스' 진단 접수를 위해 찾은 환자와 의료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만 불과 사흘 동안 60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평택굿모닝병원의 확진자 3명을 합치면 지금껏 총 63명에게 병을 퍼뜨린 것이다. '슈퍼 전파자' 2위인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1번 환자)의 확산 사례(30여명)와 비교해도 갑절 수준이다.

14번 환자가 왜 이런 '슈퍼 전파자'가 됐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메르스 증상이 심해 체내 바이러스 양(量)이 많았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첫날 휠체어로 다닌 정황도 바이러스 전파에 영향이 컸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메르스는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공식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126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중 10명이 숨졌다. 한국의 메르스 발병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