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미국 정부에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을 잘못 배송한 부분을 사과하라는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건의안에서 명시한 사과 대상은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경기도민과 오산 주민인데, 정작 오산 공군기지는 평택에 있어 도의회조차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 11일 ‘미군 탄저균 탁송 관련 재발 방지 약속 및 사과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살아있는 탄저균이 잘못 배송된 점과 관련, 미국 정부가 미군 최대 주둔 지역이자 직접적인 피해 지역인 도와 오산 주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는 내용이 건의안의 골자를 이룬다.

그러나 정작 오산 공군기지는 명칭대로 오산이 아닌 평택 신장동에 있어, 탄저균 피해에 대한 우려는 평택지역에서 크게 일고 있다. 도의회가 오산 공군기지의 소재지를 혼동한 채 건의안을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오산 공군기지는 명칭 때문에 오산에 있는 것으로 꾸준히 오해를 받아왔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지난 10일 SNS에 ‘오산시에는 비행장이 없고 미군 오산공군기지는 평택시에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오산에 없는 미군 오산 공군기지의 명칭 변경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오산 기지가 평택에 있지만, 평택과 거리가 가깝고 기지 명칭 때문에 어쨌든 오산 주민들도 탄저균 사태로 피해를 입은 것 아닌가”라며 “(사과 대상을 수정하는 부분 등은)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산향토문화연구소 등에 따르면 ‘오산에 없는’ 오산 공군기지의 명칭은 일제강점기 당시 오산천 둔치에 있던 비행장에서 유래됐다.

한국전쟁 중 미군이 사용하던 이 비행장은 1952년 평택에 새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없어졌는데, 이전 후에도 명칭은 ‘K-55 오산에어베이스’를 그대로 사용해 지금까지 오산 공군기지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평택’보다는 ‘오산’이 영어권에서 발음하기 쉽고, 군사지도 등을 바꾸는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 명칭을 고수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영상·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