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컨트리클럽(골프장) 경기보조원이 골프를 치던 여성 회원의 속옷을 휴대전화으로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피해여성의 신고를 받고도 ‘사실이 아닐 경우 무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엄포를 놓는 등 이를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오후 2시께 지산 골프장 경기보조원 권모(39)씨는 골프를 치던 A(49·여)씨에게 ‘마지막 퍼팅 자세를 교정해 주겠다’며 접근했다.

권씨는 A씨의 자세를 교정해 주면서 한 손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몰래 속옷을 촬영하다가 A씨에게 적발됐다. 권씨는 자신의 범행이 들통 나자 곧바로 사진을 삭제했고 A씨는 이 사실을 골프장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골프장측의 대응은 더 황당했다. A씨는 해당 직원의 사죄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골프장 측은 ‘사건 정황을 먼저 들어봐야겠다’며 A씨를 50여분 동안 아무 조치도 없이 방치했다.

또 골프장 측은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A씨에게 휴대전화에 사진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는 등 성범죄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

A씨는 “컨트리클럽에서 경기보조원의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나를 범죄자로 몰아서 더 화가 났다”며 “경찰에 신고를 요청했지만 골프장 측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직접 신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도착하자 골프장 측은 뒤늦게 직원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A씨에게 사과했다.

지산 컨트리클럽 관계자는 “당시 권씨가 거짓말을 해 범죄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치가 늦어진 점 죄송하다”며 “직원을 곧바로 해고 조치했고 직원교육 강화를 통해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권씨를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수사에 나섰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간적인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죄송하고 선처를 바란다”며 범죄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