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내 한 병원의 격리병동에서 의료진들이 방역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 의료진들은 최근 가족들이 따돌림을 받으면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임열수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검사와 치료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가족들이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특히 의료진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부모나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아이를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들이 눈물짓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했거나 거쳐간 전국의 병원들에 따르면 이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가족들에게 최근들어 '왕따' 현상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병원의 경우 간호사들의 남편들이 직장에서 당분간 쉴 것을 요구 받았다. 이 병원은 의료진을 통한 감염 확산을 우려해 인근에 월세방 5곳을 얻어 간호사들이 함께 지내도록 조치까지 취했지만, 주변에서는 단지 메르스 치료센터 간호사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같은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심환자가 거쳐 간 경기지역의 한 병원에서는 응급의료과장의 실명이 지역사회에 알려져 가족과 자녀가 기피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대전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최근 아들의 친구 어머니로부터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전화를 받고 혼자 눈물을 흘렸다.

이 간호사는 "의료진을 향한 의혹의 시선에 힘이 빠진다"며 "(메르스 의심 상태가 아닌데도) 사회에서 격리자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의 한 병원 의료진들도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으로부터 '등교를 하지 말아 달라'는 통지문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는 의료진의 자택이 어딘지를 묻는 전화도 수시로 걸려오고 있으며, 해당 의료진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대전에서 치료 중이던 메르스 확진 환자 2명이 이송된 충북의 한 메르스 치료 거점병원 의료진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아이를 당분간 등원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같은 의료진 '왕따' 현상은 최근들어 의료진의 감염이 속속 이어지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 154명 중 병원 관련 종사자가 26명으로 전체 1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