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후엔 ‘아니면 말고’식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이젠 국민들 표현방법도 합리적으로 변할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쇼크로 온 나라가 난리다. 보건당국의 미숙한 대처로 확산된 메르스는 국민들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퍼지면서 대한민국은 멘붕 상태다. SNS와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진 괴담으로 국민들은 불안괴 공포에 떨고있다. 더 큰 문제는 정체없이 떠도는 괴담으로 대한민국의 위상 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10만여명의 관광객이 한국방문을 취소하고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처음부터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감염되지 않도록 대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감염자가 발생하고 확진 판정을 받는데도 정부만 심각성을 모르고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는 사이 SNS 등 인터넷에는 괴담이 퍼졌고 이것이 사실인것처럼 입으로 전파돼 메르스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경기 남부 7개지역 학교가 휴업을 하게 된 것도 괴담이 쓰나미처럼 확산됐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메르스에 감염, 자가격리됐고 학생들도 전염됐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시작됐다. 근거도 없는 괴담은 학부모들의 입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동탄지역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사였다. 결국 루머의 발단이 됐던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휴업을 결정했고 휴업사태는 경기도내 절반이 넘는 학교로 번졌다. 불안감이 커진 학부모들은 또다른 괴담을 양산하면서 경기도내 절반이 넘는 학교가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괴담으로 대한민국이 큰 혼란을 겪은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 한미 FTA 협상 당시 ‘광우병’파동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의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만 수입해 우리가 그것을 먹고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같은 괴담으로 한국사회는 FTA를 반대하는 여론으로 들끓었고 6살 난 아이부터 80세 노인들까지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하다못해 공중파 방송사까지 나서 광우병이 마치 현실인 처럼 국민들을 호도하며 우리 사회를 불안과 공포속으로 몰아 넣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훨씬 높아졌다. 하지만 ‘아니면 그만이지 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광우병 파동과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미네르바’사건은 또 어떤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을 그럴듯하게 조명하며 한국경제가 곧 붕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 실업자가 인터넷에 올린 낙서 수준의 글 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또 천안함과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고 힘들어 할 때도 각종 괴담으로 국민들을 자극했다. 정말 부끄럽다. 근거도 정체도 없는 괴담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왜 거짓과 선동에 흔들리는 것일까. 유감스럽지만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 괴담의 실체에 대해 정부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신뢰관계가 무너진 국민들에게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또 하나는 성숙하지 못한 국민의식이 아닌가 싶다. 거짓과 괴담이 온 사회를 휘젓는 병리현상으로 정치권이나 정부, 사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표출해왔다. 건강하지 않은 사회는 작은 루머에도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들도 변화돼야 한다. 표현의 방법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바꿔야한다. 그래야만 사회가 건강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메르스 여파까지 덮치면서 국가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괴담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국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박승용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