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전통시장 방문객 급감
전염병 종식돼도 회복 더딜듯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세가 한 달째 지속되면서 경기도내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매출에도 텅 빈 거리를 지키며 사실상 격리상태에 빠진 채 전염병 확산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메르스가 할 퀴어댄 민생경제의 피해 상황과 전망, 지역 실정에 맞는 대처 방안 등을 3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손님이 있어야 장사를 하지…. 메르스 때문에 가게 문 닫습니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성아(46·여)씨는 지난 8일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메르스 창궐 이후 매출이 줄어 이달 초부터 일손을 줄이고 운영 시간을 24시간에서 오후 6시로 당기는 등 단축 영업을 했지만 쌓이는 재고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폐업 전까지 10여 일간 3천만 원의 손실을 봤다.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연순(40·여)씨도 메르스 확산 이전인 전월 대비 매출액이 10% 수준으로 줄어 다음 달 월세와 약제비 등을 걱정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이후 전통시장, 대형 쇼핑몰, 테마파크, 학원가 등 인파가 몰리는 도내 중심지에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장날이면 도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던 성남 모란시장은 통로 끝이 훤히 보일 정도로 손님이 줄었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다 보니 장이 설 때마다 하루 평균 12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던 소규모 상점의 벌이는 1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전염병 공포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에 도내 주요 상권이 개점휴업을 넘어 ‘폐업’ 상태에 이르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메르스로 인한 국내 총생산(GDP) 손실액은 4조42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백화점 평균 매출액은 메르스 창궐 전인 지난달과 비교해 25%가량 줄었고, 세월호 여파가 가시지 않던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16.5%가 떨어졌다. 대형 마트 역시 전년 대비 3.4% 매출이 줄었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가 집중된 외식업계 매출이 지난해보다 38%가량 떨어졌고 메르스 확산지로 알려진 평택과 화성의 전통시장 매출은 각각 54.6%와 56.1%까지 감소했다.
이처럼 민생경제 관련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소상공인들이 메르스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한 불안 심리로 유통·관광·여가 등의 업종이 줄줄이 매출 내림세를 보이면서 민생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전염병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는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당장 전염병이 종식돼도 곧바로 시장이 회복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권준우·조윤영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