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화재사고 과정에서 지하철 당국이 비상시 후속열차의 운행을 중단토록 돼 있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데다 화재직후에도 안이한 대처와 판단 착오를 연발, 줄일 수 있었던 희생을 대형참사로 이어지게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19일 공개된 현장촬영 폐쇄회로 TV는 사고당일 오전 9시53분27초께 연기로 가득한 장면이 촬영된 뒤 6초 뒤부터 작동이 멈췄으나, 때맞춰 역에 진입했던 상행선 제1080호 전동차는 이보다 2분여 뒤인 오전 9시55분30초(운행일지 기준)에 대구역을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동차는 객차 곳곳에서 수십구씩의 사체가 발견되는 등 화재발생 열차인 제1079호 전동차보다 피해가 훨씬 커 당시 종합사령실 등에서 현장상황만 제대로 파악해 출발을 막았더라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관사 최모(39)씨는 역 진입 200여m를 앞두고 짙은 연기를 목격했으나 즉시 열차를 세우지 않은 것은 물론, 도착후에도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채 유독가스가 스며드는 것을 막는다며 출입문을 닫은 것으로 드러나 판단착오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구지하철공사 측은 또 '초기진압실패때 진입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고 후속열차를 운행중지시킨다'는 '종합안전 방재관리계획서'에 따라 후속열차의 운행을 중지시켰어야 했으나 기관사 최씨에게 무선교신을 통해 “전도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주의운전하라”고만 통보했으며 전동차에 불이 옮겨붙은 뒤에야 뒤늦게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방화 용의자 김모(56)씨의 즉흥적 범행에 관계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기관사 최씨를 상대로 역 진입경위와 출입문 개폐여부, 사고후 조치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당초 이날 실시키로 했던 전동차내 사체 70여구에 대한 감식을 20일로 연기, 유족 및 희생자 가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참사의 사망자는 현재 각 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사체 53구 외에 수습되지 않은 채 전동차내에 있는 사체 70여구 등 최소한 12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으며 실종신고도 350건을 넘어 이번사건으로 인한 사상자가 300여명을 웃돌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