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안시설인 평택항을 통해 중국인들이 잇따라 밀입국(경인일보 6월 23일자 23면 보도)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은 여전히 보안시설 관리를 허술하게 해 평택항이 오히려 밀입국 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3일 평택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인 선원들의 밀입국 사건이 발생한 이후 현장조사 등 합동보안점검을 통해 보안업체에 원형 철조망 설치와 잠금 장치보강, 별도 통행로 확보 등 형식적인 시정명령을 내렸다.

실제로 평택해수청은 밀입국 도주로 주변에만 원형 철조망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땜질식 대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8일 평택항을 통해 밀입국한 L(29)씨가 동부두 제8정문 인근 울타리를 넘어 달아나자 이후 이 주변에는 원형 철조망이 설치됐다. 하지만 제8정문과 함께 14~16번 부두로 통하는 제7정문은 여전히 원형 철조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곳은 울타리 높이가 2m50 정도에 불과해 주변에 널브러진 폐목재 등 도구를 이용하면 누구든 쉽게 넘을 수 있는 상태다.

평택해수청의 사후조치는 모두 이같은 방식이었다. 지난달 12일에 동부두 제6정문을 통해 Z(26)씨가 도주했지만, 정문에는 쇠창살과 잠금장치가 보강된 게 전부다. 또 지난 3월 30일 중국인 선원 Q(35)씨가 자유롭게 걸어나간 동부두 제5정문의 경우도 별도의 보행통로만 설치돼 보안시설이 강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평택해수청은 이처럼 시정명령만 내렸을 뿐, 실제 사후조치는 보안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알려져 감독기관이 항만 내 보안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평택항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만의 미관을 고려해 울타리에 철조망을 설치하지 않은 곳은 물론 움직임 감지기(모션센서)가 없는 곳이 많아 보안에 취약하다”며 “대부분 보안업체 근무자는 2명 내외로, 깜빡 졸거나 화장실에 오가는 등 자리를 비우면 정문으로도 밀입국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도 “국가 보안시설인 평택항이지만 CCTV가 있어도 이를 지켜볼 근무자가 없을 정도로 허술하다”며 “전반적인 보안대책이 시급한데도 평택해수청은 일부 지역에만 원형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평택해수청 관계자는 “각 부두 보안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해당 보안업체에 있다”며 “사건 발생 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야간 순찰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웅기·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