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위헌 논란이 빚어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정부에 넘긴 여의도 정치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자신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안을 의결시키면서 국회의 '민생법안 지연 및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연계법안 처리 행태'를 지적, 여야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정부의 경제활성화 및 민생법안이 국회가 제때 처리하지않는데 대해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지만 대체로 국회에 당부와 촉구 메시지를 던지는 선으로 메시지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가 절반 가까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국회의 행태에 변화가 없던 차에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돼 온 것을 계기로 그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기가 막힌 사유들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것이 어느덧 국무회의의 주요 의제가 돼버린 현실 정치가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상황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박 대통령은 민생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으면서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정책 추진의 차선책으로 삼아왔지만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정부의 이른바 '고육지책'마저도 국회가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다른 의도를 보면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없이 여야가 합의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등으로 지적, 상당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

그런 만큼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고, 어조도 매우 단호한 가운데 상당히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가 제출한 일자리·경제살리기 법안이 3년째 국회에 발이 묶인 현실을 거론, "아마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이라는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며 "진정 정부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한번 경제법안을 살려본 후에 그런 비판을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또한 지난 1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처리시에는 이와 관련없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특별법을 연계처리하기로 합의한 뒤 정작 영유아보육법은 처리하지 못한 것 등 여야의 '연계처리 행태'의 사례를 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민생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 등의 표현을 써가며 여당에 대한 불만도 여과없이 표출했다.

게다가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증세논란 때나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공론화 논란 때 정부와 사사건건 엇박자를 보여온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계기로 그대로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당 대표 및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선거를 언급, "저도 결국 그렇게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도덕적 공허함만 남아있다",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 등으로 비판한 것도 정부에 비협조적인 여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이번에 위헌 논란이 다분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새누리당이 '집권'만 하려 하지 '여당'이기는 포기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