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에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해 제기한 2건의 가처분 소송에 대한 첫 심문이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물산과 분쟁 중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 주장의 논거를 담은 추가 자료를 배포했다.

엘리엇이 다음 달 17일 열릴 삼성물산 주총을 앞두고 삼성측과 위임장 확보전(프락시 파이트)을 벌이는 상황에서 추가 자료를 공개한 것은 여론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이날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제안에 대한 엘리엇의 추가 관점'이라는 제목의 15쪽짜리 자료에서 ""삼성물산 이사회의 분석은 삼성물산의 사업 및 자산의 실질적 가치를 무시했고 제일모직의 수익성 성장에 대해서는 투기적인 예측을 했다"며 "이사회의 주주 가치에 대한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엘리엇은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 가치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이사진의 주장을 검토했으나 2020년까지 60조원 매출, 4조원 영업이익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어떤 분석도 제공된 바가 없다"며 "삼성물산 측이 제시한 합병에 따른 이익도 빈약한 근거에 기인해 추측성으로 제안한 것이어서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고 일축했다.

엘리엇은 이번 자료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이 다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들은 법적 합병 비율만을 내세우고 있지만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어떤 합병 계약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삼성물산 경영진이 상법상의 '충실 의무'와 민법상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지금인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상장 지분(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의 가치를 무시하고 최근 주가 실적에 따라 (보유 지분의) 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은 시점에 사업 합병을 단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 이사회에는 주주를 위한 최대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결여돼 있다"며 "최소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장부 가치 7조8천억원을 제일모직 주주에게 이전하는 합병 제안보다 훨씬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편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과의 그간 접촉 경과를 상세히 공개하면서 삼성물산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2월 4일과 2월 27일 삼성물산 경영진에 잇따라 서신을 보내 이사진과의 회의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게 형성된 가운데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4월 9일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영호 부사장과 엘리엇 관계자는 서울에서 회의를 개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그룹이 합병 공식 발표 전 접촉에서 합병 계획안을 부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과정은 일찍이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가능성을 보고 지분을 늘려가는 한편 합병 반대 의견도 전달하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