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숫자 OECD 3분의 1 수준 ‘위기대처 한계’
민간 ‘수익 급급’ 환자위한 시스템 만들지 못해
“이젠 국가안보 차원에서 지원” 커지는 목소리


국회에서 지난 26일 열린 ‘메르스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보건의료 발전 방안 긴급 심포지엄’에서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과장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진 환자를 보고 있는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 감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는데,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 감염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던졌다. 1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감염병을 대비하려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민간병원이 과연 있겠느냐는 거다. 그 역할을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과 지역 의료원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환자 1명만 보더라도 간호사는 최소 2명이 있어야 하고, 레벨D 보호구(전신 보호복과 고글(안경), 의료용 마스크, 장갑, 덧신 등이 포함된 보호장비)는 20세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천의 한 종합병원장이 레벨D 보호구 세트가 5세트나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들었다. 이 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은 돈은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훈련을 하고있다”며 “전 직원이 감염병 보호장구를 입고 벗는 훈련을 하고 경진대회까지 연다”고 소개했다. 훈련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 이런 점이 민간병원과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이날 “지방의료기관을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해 국가적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최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조 원장은 메르스를 겪으면서 국내 의료시스템의 모든 문제를 드러냈다고 했다. 이른바 ‘빅 파이브’ 병원에 전국의 환자가 집중돼 입원을 위해 3일에서 5일까지 응급실에 대기해야 하는 문제, 수익을 내기 위해 다인실 위주로 병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문제 등 민간 병원의 한계가 그대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체계의 중심에 있는데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규모나 숫자 면에서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해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한계 상황을 맞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메르스 사태로 내원 환자 등이 크게 줄면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공공의료기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했다.

며칠 전 대학병원 의료진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도 주제는 당연히 메르스였다. 한 의사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의료진의 사명감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사전적 의미에서 사명감은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가슴속에 쌓아 온 직업 정신이 아닐까요”라며 나름 의사 정신을 강조한 답을 건넸다. 하지만 이 의사는 “틀렸다”고 했다. 그리곤 “의사의 사명감은 외부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운을 뗐다. 메르스로 인해 국가는 위기 상황에 있고, 이로 인해 환자와 그 가족들이 두려워할 때 ‘일선에 있는 의사로서 당연히 환자와 가족, 국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간 대형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사명감 부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에 급급하니 정작 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료진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했다. 이젠 국가 안보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