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전부터 화장실 이용제한
생리현상 뒤편에서 해결 지시
“남녀 다 있는데… 인권침해”
‘소변은 봉투에 보세요. 여성들은 우산으로 가려 줍니다’.
경기도 공무원시험장에 소변봉투가 등장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각 시험실마다 남녀 다수의 응시자가 시험을 치렀지만 일부 감독관은 시험 시작 30분 전부터 화장실 이용을 통제한 뒤 소변봉투를 사용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응시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3만1천여명이 응시한 경기도 제2회 공개경쟁임용시험(8·9급)이 도내 30개 시·군내 6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이날 시험실 입실은 오전 9시20분까지였고, 시험 시작은 오전 10시부터였다. 하지만 일부 감독관들은 시험지 배부 전부터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등 과도한 통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에서 시험을 치른 김모(32)씨는 오전 9시30분께 ‘화장실을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감독관은 ‘뒤편에 소변봉투가 마련돼 있다’며 시험실 내에서 소변을 볼 것을 권했다.
김씨는 “여성 응시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변을 보라고 해 너무나 수치스러웠다”며 “그동안 다섯 번이나 시험을 치렀지만 소변봉투 얘기는 처음 들었다. 시험 시작 30분 전부터 화장실 이용을 제한, 시험시간 내내 소변을 참을 수밖에 없어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여성들을 위해서는 우산을 따로 마련, 소변을 볼 때 가려준다”며 “시험시간 동안에는 입·퇴실이 금지돼 시험 시작 전 화장실을 가도록 안내했다. 해당 시험실에는 시험지가 일찍 전달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응시자들은 시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남녀가 함께 시험을 치르는 장소에서 소변봉투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라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용인시에서 응시한 황모(30·1년차)씨는 “생리현상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이어서 일반 기업들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한해 20여만명이 지원하는 공무원 시험장에서 소변봉투를 사용하라는 것은 인권침해 아니냐”며 비난했다.
실제로 부정행위 방지가 가장 중시되는 수능시험은 물론 일반 기업 입사시험의 경우 응시자가 화장실 이용을 원할 경우 감독관이 동행해 지정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소변봉투 안에는 화학약품이 있어 소변을 보면 젤리처럼 굳어버리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며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수년째 지방직은 물론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서도 소변봉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