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기도자가 발생했을 때 즉시 현장에 출동해 경찰과 함께 초동조치를 도울 목적으로 설립된 자살예방센터가 평일 오후 6시 이후와 주말에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현장출동을 하지 않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경기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도는 2011년 제정한 ‘자살예방·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근거로 수원·안산·가평 등 10곳에서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면서, 자살의심자 신고접수 때 현장에 ‘응급 출동’을 하고 있다.

센터소속 응급요원은 정신보건 분야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자살기도자를 만나 상담하고, 현장상황에 따라 병원격리 여부 등을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또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자살기도자의 가족 등이 전문기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응급출동이 센터근무 시간인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이뤄진다는 데 있다. 센터가 문을 닫고 직원들이 퇴근하는 평일 오후 6시 이후와 센터 직원들이 쉬는 주말과 법정 공휴일에는 경찰이 출동을 요청해도 현장에 센터의 응급요원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평일 밤과 새벽 시간대 자살의심자 신고는 경기도광역자살예방센터로 연결되지만 당직자 2명이 전화상담만 할 뿐이다.

‘자살위기 상시 현장출동 대응’이라는 자살예방센터의 설립 목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살의심 신고를 처리하는 경찰 측에서는 자살예방센터의 이 같은 인력운용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살의심 신고는 평일과 주말,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데 그에 따른 센터 전문인력의 상시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전문지식을 갖춘 센터응급 인력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신고를 처리하고 있다”며 “밤 시간대나 주말에는 광역자살예방센터 직원이 현장상황을 정확히 모르면서 전화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살예방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도 관계자는 “예산이 충분하지 않고 인력이 없어 야간에 출동하지 못하는 문제는 인정한다”면서도 “센터 직원들이 출근하면 전날 보고된 자살기도자에 대한 사후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