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장 인사 청문회 실시 성과
사회통합 아젠다 정책 발굴 아쉬워
■남지사, 어떤사람인가?
소통 힘쓰고 정무적 감각 뛰어나
큰틀 잘잡지만 구체적 전략 부족
■의회 혁신, 앞으로의 과제는?
더 나은 생활 ‘지방자치·분권’ 필요
도민에 다가서고 함께 하는게 목표
“강의원, 운동 좋아하나?”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초선 도의원(제5대 의회) 시절 ‘운동’을 하자는 선배 의원들의 제안에 약속장소인 모 골프장 인근까지 축구화와 정강이 보호대 등 축구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나갔던 것.
당시나 요즘이나 정치인들 사이에 ‘운동’은 골프를 의미하지만 순진한 초선 의원은 축구를 하자는 얘기로 오인했고, 덕분에 그날 잡혔던 골프 모임은 전면 취소됐다. ‘서민’ 강 의장에게 아직도 운동은 축구, 족구다.
강 의장은 1일 경인일보와의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는 질문에 의회 의사당 청소용역원들을 간접에서 직접 고용형태로 전환한 일을 꼽았다.
한국 정치사의 의미 있는 실험인 연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웃에게 작은 보탬을 준 일을 먼저 떠올린 것이다. 여전히 화두인 경기 연정의 평가부터 지방분권의 중요성, 정치 이야기까지 강 의장의 1년을 들어봤다.
-취임 1년과 함께 경기 연정 1년을 맞았는데 평가해달라.
“연정 성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건 예상한 질문이다. (웃음) 아직은 연정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이른감이 있다. (경기도와 도의회 여야가) 큰 틀에 대한 연정의 합의가 있었고, 나름대로 경기도 산하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 실시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도의회 의장으로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으로서 연정에 대한 가장 큰 바람이 있었다고 하면 바로 사회통합부지사일 것이다. 그냥 부지사가 아니라 ‘사회’ ‘통합’ 부지사다. 더욱이 새정치연합에서 추천한 분이다. 사통부지사는 여성과 가족, 환경, 보건복지 이런 분야에서 새정치연합의 가치에 맞는 어젠다를 발굴하고 그 어젠다를 정책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저는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어젠다, 정책은 1년이 지났지만 거의 없었다. 연정이 제대로 되려면 사람 한 명(도의회 야당 몫의 사통부지사를 의미)을 보내고 받고의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가치를 공유하고 그 공유된 가치들로 도민의 삶이 좀 더 나아지는 그게 연정의 가장 큰 목표, 목적이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연정 파트너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분이다. 또 의회를 존중하는 분이다. 큰 틀에서 보면 정무적 감각도 매우 뛰어난 분이다. 그런데 좀 더 치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치열함? 진정성? 이런 것은 아직은 퀘스천마크(물음표-의문)다.
총론의 방향은 잘 잡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할 때는 아무래도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따복(따뜻하고 복된 마을)공동체’의 경우 이슈는 잘 던졌다. 연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각론에 와서 보면 이게 정교하지 않고 구체화돼 있지 않다. 남 지사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집행부의 수장으로서, 경기도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라면 구체적 전략, 이런 것은 제가 보기엔 약간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생각은 저뿐만 아니고 상당수 도의원들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의회 혁신을 통해서 큰 틀에서 하려는 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도민에게 다가서는 의회’, 나머지 하나는 ‘도민과 함께하는 의회’다. 의회혁신 태스크포스팀이나 의회혁신특별위원회나 모두 이 둘이 목표인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런 의회 만들고 싶은 게 제 바람이다. 지방자치, 분권과 관련해서는 작년 세월호 사고와 올해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절절하게 체감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팽목항에 전남지방경찰청장하고 해경청장하고 도지사 이런 분들 다 모였는데, 배는 가라앉지 않았나. 그 자리에 모인 이분들이 아마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은 했겠지만 결정하고 판단하고 이럴 수 있는 권한이 없지 않았나. 만약 현장에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고 하면 세월호 참사가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에 빛을 본 가장 큰 이유는 메르스 사태 때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지자체는 또 다른 정부고, 구성원들은 소중한 시민들이다. 경기도도 보다 선제적으로 나갔으면 초기에 확산과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이게 지방자치와 분권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 시대 살아가는 분들이 좀 더 좋은 생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지방자치요, 분권이다.”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
“의회청사의 환경미화를 담당해주시는 청소용역분들을 직접 고용형태로 전환한 일이다. 이후 미화원 분들이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저는 삶은 계란을 좋아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며칠 후 삶은 계란을 열 몇 개 갖고 오셨더라.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그게 제일 큰 보람이다. 정치라는 게 거창한 걸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보람있는 일도 없다. 계란을 갖고 오셨을 때 이분들이 다 웃고 계셨다. 제가 크게 도움을 드린 것도 아닌데 이분들이 너무도 고마워하셨다.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 있는 일이다.”
까까머리 소년 신문배달원 강득구는 겨를이 있을 때마다 신문을 정독하며 정치를 동경해 왔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이 곧 정치라고 믿었다. 이후 소년은 성장해 58.52%의 득표율로 제5대 경기도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지방의원은 무보수였지만 어려운 도민을 도울 수 있는 정치를 하게 됐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행정사무 감사를 앞두고는 사비를 털어 자료를 구하고, 밤을 새며 경기도정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제3~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그러나 민생 버팀목 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진정성은 받아들여졌다. 유권자들은 제5~6회 지방선거에서 다시 57.95%, 55.4%라는 믿음으로 그를 선택해 줬다. 소년 신문배달원은 현재 국내 최대 지방의회인 경기도의회 의장을 맡아 1년을 보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정치인이다.
/김민욱·강기정기자 km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