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은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살아있는 역사’
태권도 시범단 공연 ‘한국인 저력’에 눈시울
강인하고 성실한 그들은 ‘우리의 핏줄’ 이었다


‘카레이스키’.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는 단어일 수도 있다. 카레이스키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를 말한다. 즉,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Sakhalin)에 끌려간 부모 때문에 평생 무국적으로 살아야 했던 고려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사할린 강제 징용 피해자의 후손들이었던 그들은 풀뿌리처럼 흩어져 평생 이국땅에서 살아왔다. 조국은 고려인들의 아픔까지 잊어버린 채 하루 살기에 바쁘다. 하지만 고려인은 잊혀진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살아있는 역사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4일 러시아 사할린주 사할린스크시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광복 70주년, 경인일보 창간 70주년, 러시아 전승 70주년’ 등 ‘트리플 70’을 기념해 경기도에서 태권도 시범단과 경제인들이 사할린주를 방문한 것이다. 그들을 잊고 살았던 우리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사할린주에는 50여만 명이 살고 있다. 이 중 고려인들은 2만5천여 명으로 적지 않은 수치다.

이번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기도 태권도와 경제인들이 동포들을 찾은 깊은 의미가 있다. 행사명도 ‘한국-러시아 스포츠 페스티벌 겸 경제교류’로 정했다. 경기도 경제인들은 사할린 상공회의소 회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러시아 판로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할린 시민들은 한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경기도 상품을 살펴보며 ‘원더풀’을 외쳤다.

행사 개막일에 열린 경기도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은 한 맺힌 우리 동포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를 위해 방문한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30분간 진행된 태권도 시범은 그저 태권도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절도있는 동작과 격파시범은 물론 K-POP과 어우러진 율동, 거기에다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종주국 태권도의 기개를 사할린 시민들에게 보여줬다. 함께한 우리 동포들은 한국의 저력을 느끼며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이제 고려인이라 부르지 말자. 누가 뭐래도 그들은 한국인의 핏줄이고 우리 동포다. 강인함과 근면함, 성실함과 슬기로움은 우리의 근본이었고,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지탱해 온 근거다. 우리 동포들은 낯선 곳에서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을 이루며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인들보다 더 빨리 부를 쌓아 사회 각계에 진출했고, 동포들의 높은 교육 수준은 이미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

구 소련 붕괴 후 중앙아시아 동포들은 인종 차별에 다시 한 번 울었지만, 그들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와도 수교하고 긴밀하게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살아왔다. 이들의 힘과 저력은 한국의 저력에 밑거름이 됐다.

비록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국-러시아 스포츠 페스티벌 겸 경제교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 경제의 중심 경기도 경제인들이 사할린 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통해 양국 경제 교류에 물꼬를 텄다. 이는 우리 동포들에게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한편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스포츠도 양국 발전에 가교역할을 했다. 축구를 비롯해 태권도, 유도 등이 이미 사할린과 교류를 추진해 왔고, 앞으로는 동계스포츠와 장애인 스포츠도 교류할 계획이다.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카레이스키’, ‘고려인’. 분명 우리가 알아야 하고 반드시 챙겨야 할 대상이다.

/ 신창윤 체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