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法 "모발이식 받다 식물인간 상태된 피해자에게 7억원 지급하라" /연합뉴스
모발이식을 받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피해자에게 병원이 7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의료사고를 당한 A씨의 가족이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7억 2,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대학교수였던 A씨는 적은 머리숱으로 고민하다가 지난 2013년 1월 인터넷 광고를 통해 이씨가 운영하는 한 성형외과를 찾게 됐고, 병원에서는 모발 이식 수술을 권유했다.

A씨는 뒷머리에서 모발을 채취해 앞머리에 심는 모발이식술을 받게 됐고, 의사 이씨는 시술 중 A씨를 엎드린 자세로 눕히고 프로포폴 등을 주입해 수면마취를 한 뒤 모발 이식을 위해 뒤통수의 모낭과 모발 등 두피조직을 절제했다.

그런데 이후 절제부위의 지혈과 봉합을 할 무렵 A씨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곧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이미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후 A씨가 식물인간 상태로 2년 넘게 누워 있게 되자, A씨의 가족들은 의사 이씨를 고소하고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의사 이씨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술 과정에서 환자를 세심히 감시할 필요가 있음에도 피고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환자의 손가락에서 측정기가 빠져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부실한 장비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즉시 곧바로 고용량(1분당 15ℓ)의 산소를 공급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1분당 5ℓ의 산소를 공급하는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으로 이송될 때까지도 강심제 등 응급약물을 투여한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의사의 이런 과실과 A씨의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프로포폴의 용량이나 투여방법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점, 프로포폴 투약의 부작용인 무호흡 증상이 나타난 데에는 A씨의 체질적인 요인도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