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역 인근에서 실종됐던 여대생이 15일 오전 평택시 진위면의 한 배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임열수기자.
지난 14일 새벽 수원에서 납치된 20대 여성이 실종 33시간만인 15일 오전 평택시 진위면의 한 배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강원도 원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용의자 윤모(46)씨의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15일 오전 9시 45분께 평택 진위배수지 인근 풀숲에서 실종됐던 A(22·여·대학생)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시신은 옷이 벗겨진 상태로 배수로 옆 풀숲에 나뭇가지로 덮인채 놓여 있었다. 시신 주변에는 A씨가 입었던 옷 등 유류품이 발견됐다.

이로써 '수원 20대 여성 실종사건'은 A씨가 사라진 지 33시간, 납치·살해 용의자 윤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지 16시간여 만에 용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숨지는 비극으로 끝났다.

경찰은 용의자가 숨졌지만, 이번 사건의 경과를 재구성하고 범죄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윤씨가 지난 14일 오전 0시께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인근 거리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든 A씨와 남자친구 B(22)씨에게 접근, B씨를 다른 곳으로 유인한 뒤 A씨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윤씨는 B씨에게 "여자가 토했으니 물티슈를 사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A씨가 사라지고 난 뒤 1시간여 지난 오전 1시 18분 경찰에 신고했다.

그사이 윤씨는 술에 취한 A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현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건설회사 건물로 간뒤 3층 남자 화장실에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건 현장인 3층 화장실 내부는 바닥 타일이 다수 깨져있고, 좌변기가 움직일 정도로 바닥과 접착 부분이 분리돼 있었다. A씨의 왼쪽 신발 한짝도 화장실서 발견돼 이곳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던 것으로 경찰을 추정했다.

경찰은 윤씨가 화장실에서 A씨를 성폭행하려다가 반항에 부딪히자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범행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윤씨는 오전 1시 16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A씨 시신을 싣고 회사 건물을 나와 평택 방면으로 향하다가 오전 1시 35분 오산 갈곶삼거리 평택방면 CC(폐쇄회로)TV에 차량이 찍혔다. 경찰은 이때 윤씨가 이때 평택 진위배수지에 A씨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오전 3시께 용인 자신의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옷가지를 챙겨나온 윤씨는 다시 시신 유기장소인 평택으로 향하다가 같은 지점에서 오전 4시 30분 CCTV에 찍혔다.

윤씨가 집에다 벗어놓고 나간 옷에서도 몸싸움의 흔적이 역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시신 유기장소를 둘러본 윤씨는 오전 6시 수원역 근처 회사에 다시 들렀다가 경찰이 A씨를 수색하는 것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는 용인 집으로 다시 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전 8시께 집을 나와 강원도 원주를 거쳐 충북 충주댐을 경유한 뒤 다시 원주 귀래면의 한 저수지로 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씨는 가족과 회사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 여부, 사인 등은 내일 부검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강원 원주경찰서는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윤씨의 차량 트렁크에서 A씨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과 혈흔 추정 얼룩을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는 이르면 16일 오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