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접근성 등 국제화 전략
기부채납 땅매입 ‘0’ 결정적
市, 산·학·연 연계지원 수립
인천시가 전국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처음으로 국립문화시설을 품에 안게 됐다. 세계문자박물관은 건립비용만 95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문자박물관을 박물관 기능뿐 아니라 문자 관련 국제 교류와 문자산업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은 사활을 건 유치 경쟁을 벌였다.
■‘국제화 전략’의 승리
세계문자박물관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 대다수는 해당 지역의 문자 관련 ‘역사성’을 강조했다.
최종 후보지 중 하나인 경기 여주는 세종대왕 능(영릉)이 있는 한글의 본산임을 주장했고, 박물관 대상지 공모사업 초기부터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충북 청주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을 인쇄한 흥덕사를 내세웠다.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외 접근성, 국제 교류·비즈니스 활성화 등 문자의 ‘국제화’ 전략을 앞세운 것은 인천이 유일했다.
또 애초 인천시가 민간 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 받기로 돼 있는 박물관 건립지(1만9천418㎡)를 문광부가 직접 기부채납 받아 부지 매입비를 ‘0원’으로 절감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도 최종 선정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치열했던 로비전
세계문자박물관 유치 과정에서 각 지자체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유치 활동도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 여러 경로로 유치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안다”며 “공모에 탈락한 지자체를 지역구로 둔 한 국회의원은 박물관 건립지 선정과 관련해 문광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도 박물관 유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썼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황우여(새·인천 연수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김종덕 문광부 장관을 직접 만나 평가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당부했고,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인 윤관석(새정치·인천 남동구을) 국회의원도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문자산업 특구로 부상
문광부는 세계 문자 콘텐츠 확보, 세계 문자 축제, 국제학술회의 등을 통해 국제 교류 기반을 조성하고, 문자산업 관련 국내외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세계문자박물관을 거점으로 문자 관련 산·학·연 연계 지원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시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활용하거나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과 협약을 체결해 연구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백승국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송도국제도시에 국내외 문자 콘텐츠 기업을 유치해 장기적으로는 ‘문자산업 클러스터’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문자박물관이 건립되기 전에 관련 콘텐츠 개발 지원 등 기반을 먼저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