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초강경 대응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이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한일관계의 근본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흔들지 않는 차원에서 다른 외교현안과 '선택적 연계'를 통해 차분히 대응한다는 그동안의 기조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 전환은 정부가 더욱 강력히 대처해 줄 것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을 반영하는 차원이 크다. 역사교과서 문제가 자칫 국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일대사 일시소환은 물론 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과서왜곡문제에 대한 유감과 재수정을 촉구했음에도 일본측이 재수정 수용불가라는 기존입장에서 한발짝도 후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웃 친구의 병이 전염성이 있으면 우리한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유하면서 “미리 우리 스스로 발목을 묶을 필요가 없다”고 강경대응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정부 출범 후 과거 어느때 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일 양국관계는 당분간 경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7월 총선을 앞둔 일본내 사정이 우리의 재수정 요구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끈질기고 집요하게' 왜곡된 부분은 반드시 시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재수정이 만족스럽게 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 한·일 시민단체 연계 등을 통해 일본내 우익교과서 비판세력의 '왜곡교과서 불채택운동'도 간접 지원할 방침이다.
 향후 한일관계의 미래는 일단 일본측의 태도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의 재수정 요구에 일본이 응하는 정도에 따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처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 부인하던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북한과 중국과의 공동대응, 대일 문화개방 전면연기에 대해서도 “이같은 외교적 카드의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측의 반응을 보면서 설득과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악착같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설득해 나가겠다”고 정부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향후 검토가능한 대일 강경책 가운데에는 우선 대일 문화개방 추가일정 전면연기가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상징적인 조치이지만 압박이 된다면 쓰겠다”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나아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와 관련해서도 아직 유엔의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대응카드로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과 중국과의 국제무대에서의 공동 연대도 고려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우익인사의 국내 입국 거부 ▲'천황' 표기의 '일왕' 수정 ▲한일협력사업 취소 ▲다자간 국제회의에서의 왜곡사실 문제화 등 다양한 외교방안을 망라해 단계별 사용시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선까지 정부가 강경 외교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일간에는 역사교과서 문제외에 상호간의 이해가 걸린 각종 현안이 있고 한반도 화해·협력정책 기조를 위해서도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외교부의 이날 '외교정책자문회의'에서도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철한 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된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