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처럼 매년 인터넷·모바일 투표방식 이용
나라 어려울때 스포츠보다 정치로 위로 받길 기대
국민 마음 헤아리는 정치인 득표수 많았으면…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프로스포츠를 보면 시즌 중간이든, 시즌을 마치는 시기에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 경기가 열린다. 팬들의 투표를 통해 해당 시즌에 가장 ‘핫한’ 선수들을 뽑고, 팀을 나눠 일종의 ‘팬과 함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됐음을 인정받는 순간이니까.

스포츠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1980년대 들어 프로가 출범하기 전부터 스포츠의 국가대항전은 언제나 국민적 화제였다. 프로스포츠가 출범하면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매일 매일 확인하고, 환호하는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됐다. 프로선수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고 막대한 부(富)도 차지할 수 있다. 1960~7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을 적는 항목에 정답처럼 써 있던 의사·판사·검사 등도 최근에는 ‘프로선수’가 가장 많을 정도라고 한다.

예전에는 30대만 들어서면 은퇴해야 한다는 운동선수의 직업수명 때문에 운동에 소질이 있는 자식에게도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부모가 많았다. 지금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엘리트과정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몇 배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바람처럼 이들이 프로선수가 돼서 꿈을 펼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스타가 된 선수들의 성장 과정은 그래서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어릴적부터 일상처럼 겪어야 했던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운동량과 그에 따른 고통, 반복된 부상. 꿈을 이루고 정상에 오른 뒤에도 쉼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뼈를 깎는 노력 등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그래서 팬들은 그 선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에 박수를 보내 주는 것이다. 올스타전은 그래서 관중들에게는 최고 선수들이 주는 최고의 서비스가 되고,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채찍질하게 하는 또 다른 훈련 과정일 수도 있다.

이쯤에서 우리 정치권에도 올스타전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이끄는 중앙 정치무대는 물론 시·도의원, 구·군의원이 이끄는 지역 정치무대가 형성돼 있다. 시민단체와 민간단체가 나서 의정활동을 잘한 의원을 선정해 시상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각자 기준대로 판단하고 시상하는 이런 시상식 말고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올스타전’이 필요하다. 올스타전 투표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매년 해 온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 방식 등을 택하면 되지 않을까?

올해 올스타전에 출전한 24명 선수들이 받은 표수는 모두 2천500만표를 넘었다. 이는 60.6%의 높은 득표율을 보인 17대(2004년) 총선의 투표자 수 2천158만여 표뿐 아니라 19대(2012년) 총선의 투표자 수 2천180만여표를 넘어서는 수치다. 300명의 국회의원보다 24명의 프로야구 선수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물론 KBO의 투표방식이 반드시 1인 1표를 고수한 건 아니다. 하지만 국민적 애정이 정치보다 스포츠에 더 깊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인이 조금 더 많아진다면, 국민은 어려울 때마다 스포츠축제로 위로받기보단 신나는 정치축제를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올스타전’시대가 오면, 프로야구 올스타전 득표수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으면 좋겠다.

/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