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공공도서관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위해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이 절반도 보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도서관은 이념논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친일인명사전 보급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용인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모(21·여)씨는 과제를 하기 위해 상현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빌리러 갔다가 낭패를 봤다. 발간된 지 6년이 지났지만 도서관에 비치된 친일인명사전은 단 한 권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근처 수원의 광교홍재도서관으로 옮겨 같은 도서를 찾았지만 허사였다. 해당 도서관 역시 친일인명사전이 없었다.
박씨는 “불필요한 서적도 아니고 역사의 기록이 담긴 서적이 공공도서관에 없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 도서관은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하고 있어도 책이 30만원 상당의 고가라는 이유로 대출을 금지하면서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을 주고 있다.
용인의 경우 동백도서관을 제외한 대부분 도서관이 해당 책에 대해 관외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 성남에 있는 도서관들 역시 친일인명사전이 없거나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31개 시·군 210개 공공도서관 중에서 절반인 105곳만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도내 고등학교 도서관 451곳 중에서 31%인 140곳, 중학교 도서관 604곳 중에서 고작 15%인 89곳만 친일인명사전을 구비했다.
이처럼 공공도서관에서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꺼리는 이유는 몇몇 시민들이 ‘진보단체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다’고 항의해 이념논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용인의 한 도서관 관계자는 “친일인명사전을 구비하려고 해도 일부 학부모나 우파단체들이 항의공문을 보내온다”며 “책이 고가이기 때문에 보급이 어려운 것도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친일인명사전은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홍난파, 장지연 등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물 4천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해방 이후 행적 등을 담고 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
책장에 없는 친일인명사전 ‘숨겨진 역사’
이념논쟁·고가 보급기피… 도내 공공도서관 절반만 비치
입력 2015-07-1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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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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