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현장 대응능력 부재
정보 늑장공개, 시민공포 키워
경직된 응급실 구조 변경 난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패전했다. 과거 사스 때와 달리 보건당국의 초기대응 미숙으로 메르스 전선은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아서 평택에서 서울까지 뚫렸다.

보건당국의 현장대응능력 부재, 허술한 응급실 구조는 메르스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대규모 학교 휴업사태가 벌어졌고, 생산과 소비가 줄어 지역경제는 거의 마비됐다.

마지막 격리자가 해제되면서 메르스 종식선언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두 달 가까이 전 국민의 삶과 생활패턴까지 송두리째 바꿨던 메르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짚어 본다. 또 향후 제2, 3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메르스 발병이후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으로 조기진압에 실패하고, 일선 보건소의 현장 대응능력 부재가 단기간의 전국 확산을 막지 못하는 등 방역체계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 사이에서 메르스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정부와 방역체계의 불안과 불신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등 메르스 사태가 일상생활 전반을 뒤바꿔 놓았다.

지난 5월 12일 평택시에서 메르스 첫 의심자가 발생한 이후 해당 지역 보건소는 자체적으로 메르스 감염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환자를 일반병실에 방치하면서 초기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평택시 등 일선 보건소에 있는 의료진은 4명 안팎으로 그마저도 한의사나 치과의사 등을 제외하면 전염병 전문의는 전무하다.

당시 평택지역 보건소는 환자의 병명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초기 대응을 하지 못했다.

특히 보건당국은 정작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확산에 한 몫을 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첫 환자 발생이후 “전염병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할 경우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여론에 밀려 2주 뒤인 지난달 7일 뒤늦게 메르스 환자와 연관있는 병원을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투명하지 못한 대응으로 불신이 싹 트면서 메르스 공포는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근거없는 소문과 각종 루머는 고스란히 지역경제의 침체로 이어졌고, 메르스 의심자는 ‘마녀사냥’으로 내몰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허술했던 응급실 구조 역시 메르스 확산에 불을 지폈다.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하기 위해 도내 주요 병원들은 응급실 병상 간격을 40~100㎝로 좁게 유지했다. 또 별다른 제재없이 누구나 응급실을 오갈 수 있는 허술한 병원시스템도 메르스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의 경우 구조 경직성 때문에 변경이 어려워 메르스 이후에도 개선이 어렵다”며 “또 환자들이 많아 보호자에 대해 일일이 체온측정이나 신분확인 등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민욱·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