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범인은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지난 2006년 11월 16일 오전 2시 44분,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주택에서 50대 부부가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집주인 김모(당시 나이 56)씨는 예리한 흉기에 37차례, 부인 임모(57)씨도 7차례나 잔혹하게 찔린 뒤 숨져 있었다. 이른바 ‘인천 십정동 공공의 적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장기미제 사건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증거는 피 묻은 우의. 비가 오지 않는 날인데도 범인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우의를 입고 범행을 저질렀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범인이 우의를 입고 노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하던 장면을 그대로 모방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십정동 사건은 ‘공공의 적 살인 사건’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 사건 발생이후 인천 경찰은 8개 관내 경찰서 강력팀 형사들과 광역수사대까지 투입해 범인의 행방을 쫓았지만 9년째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태완이 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인천 경찰도 장기미제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강화키로 했다.

27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인천 경찰청 ‘콜드케이스(장기미제사건) 전담팀’이 관리하고 있는 장기 미제사건은 모두 6건이다. 태완이 법은 2000년도 이후 발생 사건부터 적용된다.

인천경찰청은 태완이 법 이후 장기미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력 보강 등을 통해 미제사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에서는 지난 2003년 10월 발생한 작전동 ‘예술 이용원 살인사건’을 비롯해 2007년 남동구 남촌동에서 일어난 택시기사 살해사건, 2008년 계양구 병방동 60대 여성 살인사건 등 총 6건이 미제로 남아있다.

경찰청도 현재 전국 지방경찰청에 배치된 미제사건의 전담수사팀 인력을 총 50명에서 72명으로 늘리고, 장기미제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수사본부가 해체된 이후에도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인력이 2명밖에 없어 사실상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인력 충원과 미제사건 해결을 위한 수사시스템이 개선돼야 법 개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