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된 골동품을 구해달라는 은밀한 제안을 한 고객에게 한 술 더 떠 모조품을 팔아넘기려 한 고미술품 거래업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9일 서울 서부지법에 따르면 원모(39)씨는 올해 초 한 지인으로부터 "골동품 불상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불상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원씨가 불상 7점을 확보해 놓자 고객 A씨에게서 다시 특별한 요구가 들어왔다.

도굴품을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도굴된 미술품이어야 진품임이 확실하다"는 이유였다.

원씨는 뜨끔했다.

사실 그가 확보한 불상 7점은 진품이기는커녕 오늘날 만들어진 모조품이거나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문화재로서 가치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원씨는 이들 불상을 귀중한 문화재인 양 속여 A씨에게 거금을 받고 팔아넘기기로 했다.

원씨는 2월 어느 날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A씨를 만나 본격적으로 '작업'을 했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불상 7점이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제작됐고, 충남지역 사찰과 신라 고분에서 도굴된 '국보급'이라고 속였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내가 전 정권 비자금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 금괴·달러·엔화를 시중 절반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거짓말까지 늘어놨다.

이어 "불상 대금은 30억원이고, 여기에 15억원을 더 주면 금괴·달러·엔화를 시중 절반가에 원하는 만큼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상 몇 점을 미리 살펴본 A씨가 원씨의 말이 거짓임을 눈치 채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한탕'의 꿈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해당 불상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원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진세리 판사는 원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원씨가 피해자를 속이려 한 내용과 방법에 비춰 피해 발생 위험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동종전과가 없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