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2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던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에 느닷없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재벌가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재벌가의 경영권과 재산 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대기업 가운데는 경영권이나 상속재산을 두고 법적 소송을 벌이는 등 한심하고 낯뜨거운 싸움을 하는 일이 많았다. 형제들끼리 서로 적통이라 주장하면서 이전투구식 ‘형제의 난’을 일으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우리나라에는 ‘재벌’이라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 외국 경제전문가들이 여전히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 전근대적인 ‘가족 기업’이다. 이런 체제다 보니 기업의 발전보다 경영권에 집착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곤 했다. 이 때문에 재벌구조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 온 게 사실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얼마 전 삼성과 엘리엇의 분쟁 원인은 불행하게도 우리 재벌들의 후진적인 경영 관행과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이었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속에서 무리하게 승계작업을 추진해 왔던 나쁜 관행을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가 비집고 들어와 발생한 것이었다.

‘재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번 롯데의 경영권 다툼으로 반(反) 재벌 정서가 더 견고해 지지 않을까 걱정인 이유다. 최근 사회를 들끓게 하는 청년실업을 놓고 보더라도 한국 재벌들은 마치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알게 모르게 받은 수많은 특혜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데도 인색한 재벌에 대한 인식은 ‘친근함’보다 ‘거부감’이 더 강한게 현실이다.

이번 사태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경영권 싸움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롯데그룹은 잠실 제2롯데월드 잡음과 면세점사업 탈락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롯데는 이번 기회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