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날 ‘기지 절반’ 오픈
진지 리모델링 전망대 활용
내년 상반기에 나머지 허용
인천 문학산 정상부가 오는 10월 일반에 개방된다. 이곳은 인천시 소유 땅임에도 군부대 주둔으로 인해 55년간 시민의 출입이 통제됐다.
인천시는 지난 4월 본격적으로 ‘문학산 정상부 개방’ 작업에 착수, 국방부와 여러 차례 현장방문·실무회의를 가졌다. 최근 국방부는 ‘유사시 또는 작전·훈련을 수행할 때 군이 문학산 정상부를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면 개방을 결정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결과, 문학산 정상부를 개방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우선 낮에만 개방될 것이며, 10월 15일 시민의 날에 맞춰 뜻깊은 개방 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 55년 만에 시민 품으로
문학산 일대는 1883년 개항 전까지 인천의 중심이었다. 시유지(1940년 취득)인 문학산 정상부는 1959년 미군기지로 수용과 함께 곧바로 군사기지 조성 공사가 시작됐는데, 이 과정에서 정상부가 판판하게 깎이고 문학산성 일부가 훼손됐다. 이때 봉수대 등도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미군이 철수하자, 문학산 정상부는 한국군(공군) 차지가 됐다. 한국군이 들어서면서 문학산성 내 우물이 훼손되고 암반이 폭파됐다는 기록도 있다.
1998년 12월 봉재산 미사일기지에서 오발 사고가 발생해 주민이 다치고 차량과 아파트 유리창 등이 파손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5년 봉재산 미사일발사대와 문학산 군부대 장비 일부가 영종도 금산으로 옮겨졌다. 당시 인천시가 문학산 군부대 이전을 국방부에 강하게 요구했다면, 문학산 개방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문학산 군부대는 2011년 병력을 철수했다. 현재 막사 등 12개 동의 시설과 무인중계기 등 장비만 있다.
국방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전투예비진지, 훈련장 활용 등을 이유로 ‘전면 개방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인천시의 설득 끝에 ‘조건부 전면 개방’을 허용하기로 했다.
개방 조건은 ▲낮에만 개방(안전경비원 배치) ▲훈련·작전 수행 시 일시적 개방 중지 ▲시설물 정비·신설 전에 군과 협의 등이다.
■ 2단계로 나눠 개방, 市 ‘인천 가치 재창조’ 의미 부여
문학산 정상부 절반은 오는 10월, 나머지 부분은 내년 상반기에 개방된다.
인천시는 이르면 내달 말부터 안전성·조망권 확보를 위한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10월 10일까지 공사를 끝내고 ‘시민의 날’(10월 15일)에 개방 행사를 여는 게 목표다. 시는 낡은 철책이 있는 부분에 미관 펜스를 설치하고, 포대나 진지를 리모델링해 전망대로 쓸 예정이다. 또 벤치와 문화재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 개방되는 곳에는 막사가 있다. 시는 막사를 역사관이나 안보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학산 정상부에는 인천시 기념물 1호인 문학산성이 남아 있다. 성내에는 봉수대와 우물 터가 있다. 김동빈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비류 백제 탄생 지역이다. 임진왜란 때 김민선 부사가 왜적과 싸워 이긴 곳”이라며 “문학산 제모습 찾기 종합계획을 수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