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과의 싸움서 승리… 예상 뛰어넘고 맹활약
경제난·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 큰 희망 선사
요즘 잘 나가는 메이저리거 강정호 얘기를 해보자. 그는 한국 야수 중 처음으로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였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국내 선수의 영입 순위로 투수를 택해왔다. 정교함을 앞세운 일본에 비해 힘과 정교함을 동시에 겸비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투수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투수 1호 박찬호를 비롯해 김병현, 서재응에 이어 지금의 류현진까지 투수들이 마운드를 점령해왔다.
현재 추신수가 야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00년부터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마이너리그(2군)를 거쳐 메이저리그(1군)에 진입한 사례다. 그렇다면 강정호는 어떨까. 강정호는 아마추어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 야수 중에서 처음으로 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한 국내 야수 1호다. 물론 국내 야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 언론들은 강정호를 평가 절하했다. 이들의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투수들의 스피드 차이였다. 한국 야구는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이 간혹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150㎞를 넘나드는 투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정호의 배트 스피드가 그들의 빠른 공을 쳐낼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그들의 예상 성적을 크게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며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팀 타선의 핵심인 4~5번 타자를 넘나들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고, 유격수와 3루수 등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강정호는 2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도 8호 홈런을 날렸다. 시즌 타율 0.299를 기록하며 3할 타율을 앞두고 있고, 타점은 35개를 기록했다. 특히 강정호는 7월 타율에서 0.379, 출루율 0.443, 장타 13개 등 최근 13경기 가운데 11경기에서 안타를 쳐냈다.
애초 MLB닷컴은 시즌 전, 강정호의 2015년 성적을 타율 0.266(365타수 97안타) 12홈런 45타점으로 예상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시스템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를 통해 강정호의 첫 시즌 성적을 타율 0.230(452타수 104안타) 14홈런 57타점으로 점쳤다. 강정호의 힘은 인정하지만, 정교함에는 낮은 점수를 준 예상치였다.
그러나 강정호는 정교함으로 인정받은 뒤, 강점이던 힘까지 과시하고 있다. 강정호의 시즌 타율은 MLB닷컴의 예상보다 0.033, 팬그래프닷컴의 예상보다 0.069나 높다. 지역 매체는 더 요란하다. 강정호의 활약에 대해 ‘내야수 조시 해리슨과 조디 머서가 부상에서 복귀해도 그는 주전으로 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 남게 된 이유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수들은 타국에서 인종차별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부담감과 정신적 피해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례가 많다. 특히 야구라는 종목은 9명이 뛰는 단체 종목이지만, 실제로는 개인과 개인의 경쟁이 우선시된다. 모든 기록은 팀보다 개인 기록이 먼저고, 개인 성적은 곧 다음 시즌의 연봉 척도로 결정된다. 그런 이유에서 강정호의 맹활약은 경제적 어려움과 무더위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타국에서 맹활약하는 강정호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임에 틀림없다.
/신창윤 체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