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농작물을 경작하는 주말농장이 해마다 늘면서 각종 농산물을 서리하는 ‘텃밭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애써 가꾼 농작물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경찰에 수사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2일 오후 용인시 영덕동의 한 주말농장(면적 1만4천800㎡)에서 호박을 키우는 김모(50·여)씨는 최근 텃밭에 접근하는 낯선 사람을 목격했다. 이 남성은 주변을 살피더니 이내 호박잎을 따기 시작, 마치 수확을 하듯 가지고 온 비닐봉지에 담았다.

김씨는 ‘왜 남의 호박잎을 따가느냐’고 따졌지만, 이 남성은 ‘맛있어 보여서 땄다. 주인이 있는 줄 몰랐다’며 황급히 줄행랑쳤다.

김씨는 “이곳에 농사를 짓는 사람만 500명 이상인데 다들 한번 쯤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며 “일반 농민들처럼 논밭 주변에 거주하지 않다 보니 서리꾼을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의왕시 고천동의 주말농장(면적 3천300㎡)에서도 ‘텃밭 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출몰한 텃밭 도둑은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을 틈타 고추, 깻잎, 오이 등을 가방에 쓸어담아 가기를 반복했다.

피해가 계속되자 농장주인 고모(65)씨는 320만원을 들여 CCTV 8대를 설치했지만 범행 중인 서리꾼의 희미한 모습만 확인했을 뿐 허사였다. 농장을 이용하는 70여명 중 피해자만 10여명으로 늘어났고, 고씨는 의왕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기까지 했다.

고씨는 “서리 한 두 번이야 눈감아 줄 수 있겠지만, 매번 도둑질을 하는 바람에 경찰서를 찾게 됐다”고 성토했다.

도내 주말농장 등 도시농업 면적은 지난 2013년 216만㎡, 이듬해 260만㎡로 늘어났으며 이용객도 22만명에서 3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도심 곳곳에 농장이 생기다 보니 반찬거리가 될 만한 농작물을 쓸어가는 서리꾼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농장 주인과 이용객들은 ‘서리 금지’, ‘CCTV 작동중’ 팻말을 써놓거나 울타리를 치는 등 텃밭 도둑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얼마 안되는 농작물일지라도 서리를 하면 엄연한 절도 행위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성호·강영훈기자 ky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