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홀밖에 치지 않았는데 9홀을 계산하라니요….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습니다.”

지난 주말 용인의 한 골프장을 찾은 정모(45)씨. 모처럼 친구들과 주말 골프를 즐기던 정씨는 갑자기 내린 폭우에 카트를 타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폭우는 쉽게 그치지 않았고 오히려 요란한 천둥과 강한 바람을 동반하며 점점 더 악화돼 골프를 즐기기가 어려워졌다.

정씨는 더 이상의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 경기보조원(이하 캐디)에게 ‘경기 취소’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린피는 물론 캐디피와 카트피 모두를 9홀 계산해야 한다”였다. 정씨는 “천재지변인데 ‘홀당 계산’이 맞지 않냐”며 골프장 측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12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 219개소 가운데 입장료를 홀별 정산하는 골프장은 불과 24개소로 전체 회원제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3홀과 6홀, 9홀 단위로 정산하는 골프장은 회원제가 8개소(3.7%), 퍼블릭이 127개소 가운데 15개소(11.8%)였다.

캐디피 상황은 더욱 심하다. 홀별 정산하는 골프장은 회원제는 아예 없고, 카트피도 홀별로 정산하는 골프장은 회원제가 2개소뿐이다.

이처럼 골프장들이 폭우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라운딩을 하지 못한 경우에도 나머지 요금까지 골퍼들에게 부담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골프소비자모임 서천범 이사장은 “골프장의 모든 비용의 기준은 소비자인 골퍼들이 아닌 골프장 위주로 이뤄지는데 문제가 있다. 이용한 홀수만큼 이용료를 정산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상기자dona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