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를 맺은 지 23주년이 되는 날이다.

수교 이후 양국 간 경제교류는 질적·양적으로 급팽창했고,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쪽으로 구도가 형성됐다.

한국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을 빗대어 일각에선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이 감기에 걸릴 정도의 긴밀한 관계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재진 연구위원과 정민 선임연구원은 20일 '한·중 수교 23주년 의미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양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위원과 정 연구원은 지난 23년간 양국의 경제교류를 교역·투자·금융협력·기술협력·인적교류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살펴봤다.

◇ 교역규모 37배 급증 속 양국 간 수출경쟁 격화

한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는 1992년 63억8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2천353억7천만 달러로 약 37배 증가했다.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은 1992년 27억 달러에서 2014년 1천453억 달러로 22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했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규모도 같은 기간에 37억 달러에서 901억 달러로 연평균 16% 올랐다.

특히 한국의 수출총액 중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은 1992년 3.5%에서 올해 상반기 25.3%로 확대돼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교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돼 양국의 수출 경쟁도 심화하는 형국이다.

2000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한국의 글로벌 수출 시장 경쟁력이 향상된 산업은 철강·IT 등 두 분야뿐이지만 중국은 그 사이 철강·철강제품·기계·IT·조선 등 5개 산업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중국이 한국보다 비교 우위를 보이는 산업은 2000년 철강제품 하나뿐이었지만 2013년에는 철강·철강제품·기계 등 3개로 늘어났다.

또 석유화학·철강·철강제품·기계·IT·자동차·조선·정밀기기 등 8대 수출 주력산업의 한·중 수출 경합도가 모두 상승했다.

◇ 중국의 한국 직접투자 1천100배 폭증…부동산 투자 활발

지난 22년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17배 늘어났다.

1992년 2억2천만 달러에서 2014년 37억5천만 달러로 연평균 14%씩 늘어났다.

직접투자 총액 중 중국에 대한 비중은 1992년 10.4%에서 2003년 44.3%로 급증했다가 이후 둔화해 2014년에는 10.7%로 떨어져 있다.

업종별로는 한국의 대 중국 직접투자 중 제조업의 비중이 78.3%로 높고, 서비스업이 1992년 8.9%에서 지난해 21.1%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 사이 중국이 한국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1천100배 증가했다.

중국의 대 한국 직접투자는 1992년 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억9천만 달러로 연평균 38%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에 대한 중국의 대 한국 직접투자 비중이 87.8%로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부동산·임대 분야 투자가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 금융협력 강화…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한국과 중국의 금융 협력은 2000년 초부터 시작됐지만, 2008년 이후 원-위안 통화스와프가 체결되고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개설되면서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중국계 자금의 국내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중국 자금은 2009년 9천억원에서 2014년 약 2조원으로 연평균 18% 증가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1조8천억원에서 2조3천억원으로 연평균 5% 늘어났다.

주식·채권 시장에서 국내에 유입된 전체 외국인 자금 중 중국계 자금의 비중은 2009년 3.7%(주식), 9.7%(채권)였으나 2014년에는 각각 31.9%(주식), 46.5%(채권)로 급증했다.

◇ 기술협력·인적교류 확대

한·중 간 기술무역 규모도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의 대 중국 기술 수출 규모는 2001년 1억8천600만 달러에서 2013년 34억1천700만 달러로 약 18배 증가했다.

대 중국 기술무역 수지 흑자 규모는 같은 기간 1억8천만 달러에서 32억2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양국 간의 고(高)기술 산업 무역은 대부분 전자부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 중국 고기술 산업 수출액 중 45.2%가 전자부품이고, 수입액 중에서도 33.7%가 전자부품이다.

인적 교류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국의 인적 교류 규모는 1995년 70만8천명에서 지난해 1천30만9천명으로 15배 늘어났다.

특히 한국으로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한국의 관광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2014년 중국에 대한 한국의 여행 수입은 99억6천만 달러로 1998년 2억8천만 달러보다 35.6배 늘어났다.

여행수지 역시 2012년 흑자로 전환, 지난해에는 78억2천만 달러의 역대 최고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연구위원과 정 연구원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중 경제 협력을 지속 강화하되, 국내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한 데 따라 중국발 리스크가 전이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국 사이의 수출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한중 FTA 등 경제협력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최근 중국 경제가 제조업 업황 둔화와 증시 폭락 등 리스크를 노출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과 정 연구원은 "대 중국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중간재 중심 수출 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증시 불안 등 금융 리스크 확대로 인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경쟁할 미래 유망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과의 인적 교류도 질적으로 개선해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