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에서 제자 상습 성추행·폭행 등 몹쓸짓
학생들 취업위한 스펙·학점 강박관념에 짓눌려
파렴치 교수들 독버섯처럼 번져… 자정운동 절실


남북 간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으로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시기에 묻히고 갈 뻔한 대학교수의 여제자들 상습 성추행 사건이 폭로됐다. 앞서 전국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잇따라 교단에 있는 교사들의 성추행 관련 대책을 발표한 때이기도 하다. 교사들의 성추행 관련 사건들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아래 문제의 교사는 교단에서 영구 제명하는 특단 조치가 내려지는 등 강경책이 쏟아져 나왔다.

지성의 꽃 상아탑인 대학이 일부 교수들의 제자 폭행과 성추행 등으로 일그러지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에서 교수와 제자 간 성추행이나 폭행 등은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 사회 심각한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여제자가 교수를 연민해서 벌어지는 감상적인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여제자를 학생이 아닌 성적 도구로 삼는 파렴치한 자가 대학의 교수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시대상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최근 경인일보가 특종보도한 오산대 여제자들 상습 성추행 기사는 남북대치 국면의 이슈 블랙홀 상황에서도 언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대학 김모 겸임교수가 자신의 학과 여학생들을 종강파티 등 빌미로 찜질방·노래방에서 신체 부위를 더듬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은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사건은 경찰에서 첩보를 입수하고 한 달여 동안 해당 학과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3명의 여학생으로부터 김 교수의 몹쓸 짓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대학은 김 교수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표를 내서 받아들였고, 뒤에 경찰로 부터 성추행 사실을 통보받아 학교 측은 전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다.

대학 측은 특히 김 교수가 정식 교수가 아닌 겸임교수로 징계위원회 등의 대상이 아니어서 사표수리 외에 달리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져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른 대학에서 겸임교수가 아닌 정식 교수로 임명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성추행 및 성폭행과 관련한 사회의 잣대가 갈수록 엄해지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등 비정규직 대학 교수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제도적인 처벌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더욱이 김 교수가 여제자들을 성추행한 시기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 창궐하던 지난 6월이다. 불필요한 회식과 모임을 자제하고 메르스 종식을 위한 전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던 때였다. 갑의 입장인 교수가 원할 경우 을의 입장인 학생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교수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앞서 디자인계에서 명망이 있는 강남대 장 모 교수가 자신이 운영하는 협회 사무실에서 제자에게 폭설과 폭행도 모자라 인분까지 강제로 먹이는 사건이 일어나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가 ‘우리나라 대학이 정말 이 정도까지 일그러졌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사건들이 다른 곳도 아닌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는데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상아탑·우골탑 등 지성의 요람으로 상징되는 대학이 이토록 무너지는 데는 바늘구멍 뚫기보다 힘든 취업이란 현실적인 문제가 배경에 있다. 다양한 스펙은 기본이고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조차 엄청난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이 틈을 교묘히 파고드는 일부 파렴치 교수들의 은밀한 유혹(?)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스승인 교수에게 ‘부당한 거래를 배우고 세상은 다 이런거야’라는 세상학(?)을 가르치는 대한민국 대학 교단이 이쯤 되면 대대적인 자정 운동을 벌여야 한다.

/ 김성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