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전시성 예산낭비가 여전하다. 연수구는 청사지하 대강당을 불과 3년 전에 450개 좌석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음에도 최근 4억원을 들여 영사실·분장실 등 실내 음향시설을 전면 교체한 것이다. 모 연수구 의원은 시설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리모델링한 것은 대표적인 예산낭비라 꼬집었다. 동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성냥공장인 ‘조선인촌성냥주식회사’가 위치했던 만큼 송림1동 주민센터 지하 1층에 4억5천만원을 들여 성냥공장 박물관 건립을 계획 중이다. 문제는 인근에 위치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과 기능이 겹친다는 점이다. ‘달동네박물관’은 이 지역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곳으로 연간 1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자리를 잡은 실정인데 동구에서 추진하는 박물관과 전시내용이 상당부분 겹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외적으론 곳간이 비었다며 앓는 소리로 일관하면서 단체장들의 치적을 쌓는 데는 흥청망청이다. 공사비 853억원을 들여 2010년 6월 완공했으나 흉물로 전락한 월미은하레일은 전시성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작년에 치른 인천아시안게임은 압권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전국 243곳의 지자체에 대한 가계부를 조사한 결과 인천시는 부산·대구·강원도 태백시와 함께 ‘재정위기 옐로카드’를 받았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하는 단체에 재정위기단체 ‘주의’등급을 부여한 것인데 눈덩이 채무내용이 주목된다.

부산과 대구는 시민들의 발인 지하철공사 탓에 빚을 졌으나 인천시는 외국손님들 불러 잔치 한번하자고 살림을 거덜냈다. 똑같은 부채라도 어느 곳이 더 효율적인가. 올해 1분기 기준 인천시의 채무는 총 3조2천129억원인데 이중 아시안게임 빚만 전체의 32%인 1조350억원으로 인천시의 일반회계채무를 모두 합친 1조249억원보다 많다. 이런 실정임에도 인천시 공무원들한테서는 긴장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인천시 공무원들의 봉급을 차압이라도 해야 정신 차릴지 모르겠다. 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지방단체의 재정정보를 동시에 비교분석할 수 있는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을 운용할 예정이나 기대는 금물이다. 고질적인 혈세낭비성향 근절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