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당국회담 서울 또는 평양 개최
이산가족 추석 상봉도 추진
남북이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가진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지뢰·포격도발’에서 비롯된 군사적 대치를 풀기 위한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른 시일 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확대하는데 뜻을 모았다. 북한의 도발을 걱정했던 경기북부 접경지역과 서해5도 주민들은 일상으로 복귀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남북고위급 접촉 타결이후 이날 오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고위당국자접촉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협상과정에서 난항도 많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협의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합의에 따라 전방지역의 준전시상태를 해제했다.
동·서해 잠수함기지를 이탈했던 북한 잠수함 50여 척 가운데 일부가 소속 기지로 복귀하는 징후가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되는 등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 남측 역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이날 낮 12시부터 중단했다.
남북은 당국간 회담을 곧 열어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현안을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해 2월 열린 뒤 1년 7개월째 중단된 상황이다. 또 남북이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곧 있을 당국간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2010년 천안함 사태 후 발표한 5·24 조치 해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4일 0시5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각각 참석했다.
/정의종·이경진기자 lk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