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 불구 최종재가 지체
대표단 토막잠 자며 공방


극적으로 성사된 회담이었지만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입장 차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분위기가 험악해져 ‘전쟁’ 발언마저 나왔다. 하나가 해결됐다 싶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북 고위급 인사들이 처음 10시간, 그 다음 33시간을 밤잠 없이 달린 이유다.

22일 오후 6시30분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마주 앉은 남북 고위급 인사들은 시작부터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남측 대표단은 북한의 도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목함 지뢰 폭발 역시 북측 소행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북측 대표단은 “남측이 그렇게 주장할 뿐 우리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며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어 나갈지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측은 “우리 국민 두 사람이 다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북측은 “남한도 확성기 방송 등 적대적 행위를 하는데 왜 자꾸 모든 잘못이 우리에게 있다고 하느냐”고 항변했다.

진통을 거듭한 끝에 남북은 24일 오전 북한이 사실상 사과의 형태로 무력 도발에 유감을 표하고, 우리 측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한다는 방식으로 절충점에 도달했지만 양 본국의 최종 재가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일련의 과정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고, 북측 대표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24일 새벽 차량 준비를 요구하는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북측 지역으로 이동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침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 마지막까지 재발방지 보장 방안 등을 두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24일 저녁 늦게까지 공방을 이어갔다.

피 말리는 43시간 동안 대표단 관계자들은 간간이 토막잠을 자는데 만족해야 했다. 식사도 남북이 함께 하지 않고 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