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낙태실태에 대한 정부조사는 2005년·2010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두 번이 전부다. 그러니 2010년 ‘전국 인공임신중절수술 변동 실태조사’가 낙태관련 최근 조사인 셈이다. 말로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주장하면서 실제 출산과 연관이 많은 낙태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무관심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5년전 자료에 따르면 낙태건수는 16만9천건으로, 가임여성 1천명 당 15.8명이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온라인 설문방식으로 진행됐던 조사로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추정만 할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연간 30만여건의 낙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중 약 95%가 불법낙태다. 선진국 가임여성의 낙태율은 대체적으로 20%인데 반해, 우리는 30%를 넘어 베트남 등과 함께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강간과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 5가지 경우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10대 청소년이나 양육 능력이 없는 여성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연구원 이병호 연구의원의 ‘낙태(인공 임신 중절) 실태와 쟁점’이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이 위원은 보고서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불법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피임 실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또 정부와 지자체가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예방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다.
미혼 여성의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도덕적 비난은 여성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미혼모가 아이를 출산해도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된다면 낙태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낙태문제 해결은 단속과 처벌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부가 불법낙태를 단속하자 수술비용이 오르고 무면허 시술 낙태나 외국 원정 낙태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저소득 저학력 여성이 낙태금지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이제 낙태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너무도 큰 낙태문제에 대해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낙태문제, 정부·지자체 현실적 개선안 찾아야
입력 2015-08-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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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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