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을 폭력조직과 같은 범죄단체로 간주한 첫 판결을 내놓은 가운데, 일선 경찰에서 이 같은 법령을 실효성 있게 적용하려면 총책 검거를 위한 해외 수사 공조와 전담팀 구성 같은 인력 충원 등 수사지원 체계가 밑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법원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적용한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는 주로 조직폭력배들에게 적용돼 온 만큼 조직 내부의 강령과 지침, 상하 지휘 통솔체계 등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여러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조직폭력배 수사는 대부분 일선 경찰서가 아닌 지방경찰청 산하 광역수사대에서 전담하며 수사기간도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2년까지 소요된다. 조직의 두목이나 행동대장 등 관리자를 검거하는 것도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우 주로 점조직 형태로 문자나 이메일로만 명령을 주고 받는다. 또한 총책 등 중간관리자 이상급은 대부분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어 경찰의 보이스피싱 수사는 자금 인출책이나 대포통장 모집책 등을 검거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서 단속 직원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단체 혐의로 수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중국 공안과 수사 공조가 제대로 안돼 총책 등 관리자급을 검거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인천에서 올해 발생한 322건의 보이스피싱 범죄 가운데 조직원들이 범죄단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대부분 사기죄로 기소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 이들을 조직폭력배에 준해 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법은 지난 28일 중국과 한국에 콜센터를 두고 기업형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28)씨에게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죄를 적용해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