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왼편 위치 극진대접
대한민국 정상 최초 톈안먼 올라
동북아 외교·안보 지각변동 예고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대한민국 정상 가운데 최초로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랐다.
전날(2일) 시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통일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중국 현지시간)부터 거행한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오른 톈안먼 성루는 1954년 10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 한국전쟁 휴전 직후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지만, 이번에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손을 맞잡으면서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노란색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은 성루에 오를 때 시주석과 나란히 선두에 서서 계단을 올랐으며 그 뒤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다른 인사들이 뒤따랐다.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박 대통령이, 오른편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치했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의미를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 분이다.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는 지시를 실무진에 하달하고, 중국 네티즌들이 박 대통령을 ‘퍄오다제’(박근혜 큰누님·朴大姐)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에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날 만찬에서도 극진한 대우를 받았으며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면담을 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담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는 상세한 논의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으나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1시간20분간 진행된 만찬에서 박 대통령 왼편에 푸틴 대통령이 앉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정상이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러 양국 관계를 평가하면서 지난 8·25 남북 고위급 합의로 남북 간 대화 국면이 조성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 대해 여야 정치권도 한·중 협력 강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될 것을 한목소리로 기대했다.
한편 베이징 일정을 마친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지막 방문지인 상하이(上海)에 도착했으며 4일 오전 한중 양국 정부 공동 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한 데 이어 동포 오찬간담회, 한중 비즈니스 포럼 행사에 잇따라 참석한 뒤 귀국한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