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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함정과 고속단정 등이 8일 오전 제주 추자도 추자교 인근 해안에서 돌고래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사고 나흘째인 8일 오후부터 해상 기상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보돼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경은 실종자 수중 표류에 대비해 저인망어선을 동원하는 한편 실종자가 원거리까지 표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남 진도군 조도, 완도군 보길도 일대 해안에 대한 수색도 하기로 했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수색에는 해경 함정 25척, 해군 함정 5척, 관공선 9척, 항공기 7대가 동원됐다. 인근 해역 지리에 밝은 추자도 어선도 추가 투입됐다.
실종자 시신 여러 구가 해안 부근에서 발견됨에 따라 육상에서도 추자면사무소 공무원, 경찰, 소방, 주민 등 100여명이 추자도 해안 곳곳을 수색하고 있다.
해경은 또한 실종자 수중 표류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저녁부터 저인망어선 16척을 동원, 추자도 근해 해저를 수색하기로 했다.
실종자가 원거리까지 표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도군 조도, 완도군 보길도 일대 해안가에 대해서도 해당 지자체에 공무원과 주민을 동원한 해안 수색을 요청했다.
중앙해양특수구조단 16명, 특공대 11명, 122구조대 16명, 해군 17명 등은 수중 수색을 벌였다.
수색은 이날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추자도 해역을 포함한 남해 서부 서쪽 먼바다에 이날 오후부터 바람이 초속 10∼16m로 강해지고 바다의 물결도 2∼4m 높이로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날씨는 10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제주도 앞바다와 남해 서부 서쪽 먼바다에는 8일 밤을 기해 풍랑 예비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수색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추자도 해역에는 물살이 빠르고, 조류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실종자가 어디로 떠내려갔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경은 사고 후 시간이 많이 지난 점을 고려해 추자도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3개 수색구역을 설정,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밤낮없이 수색을 벌이고는 있지만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지난 6일 낮 12시 47분 10번째 시신이 발견된 이후 만 이틀이 넘도록 들리지 않고 있다.
추자도 청도 인근에 뒤집힌 채 결박돼 바다에 잠겨 있는 돌고래호를 인양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해경은 전날 수중 감식을 마치고 관할 지자체인 제주도에 인양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날 돌고래호 선주 김모(49)씨로부터 선체 포기 각서도 받았다.
해경은 해상 날씨만 좋다면 내일(9일)이라도 인양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는 10일까지 해상에 물결이 매우 높게 일고 바람도 강하게 불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인양은 해상 기상이 다소 좋아지는 오는 11일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양 작업에 투입될 작업선이 제주 한림항에 대기 중이며, 바지선이 추자도까지 이동하는 데는 12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경은 배를 인양하고 나면 불법 개축 등 선체 구조변경에 대해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해경은 또한 사고 피해자 유족들이 "피해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익사했을 가능성보다는 늑장 수색에 따른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사망자의 사인을 조사한다.
해경은 앞서 돌고래호 선장 김철수(46)씨의 시신을 부검해 익사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생존자 조사를 통해 사고 전후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승선 명부를 작성한 김 선장의 부인을 상대로 승선원 명단이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를 조사한다.
해경은 명단에 있는 미승선자 4명이 모두 김 선장의 친인척 또는 가까운 지인인 점을 확인, 명부 부실 관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김 선장의 부인과 생존자 모두 사고 관련 트라우마가 있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수사하기로 했다.
이밖에 제주해경 추자안전센터가 돌고래호와 비슷한 시각 출항한 돌고래1호 선장의 첫 신고 전화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해경이 초기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가 끊긴 사실을 파악하고도 신속히 조치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돌고래호 실종·사망자 가족이 모여 있는 전남 해남군 다목적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는 해경의 초기 수색에 대한 강한 불만과 의심이 표출됐다.
가족들은 "해경이 발표한 시각에 실제 구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장 도착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초기 구조에 동원된 함정은 많지 않았다"고 의문을 제기하며 사고 당일 해경 경비함정의 항해일지와 돌고래호 항적 자료 등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사고 피해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에 강하게 반박하며 "해경 등 당국이 선체와 피해자들을 늦게 발견, 늑장 대응에 따른 저체온증이 사망·실종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에는 '추자도 돌고래호 전복사고 진상조사단'(가칭·조사단장 김우남)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5명이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와 소방안전본부를 방문했다.
의원들은 해경본부에서 돌고래호 사고 상황보고를 받으며 승선원 명부 파악, 초동대처, 수색작업 등과 관련해 해경이 허술했던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돌고래호는 5일 저녁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다가 통신이 끊긴 뒤 11시간 가까이 지난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채 발견됐다.
해경에 따르면 돌고래호 승선 인원은 21명으로 잠정 집계됐고, 이 가운데 10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3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8명은 실종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