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한 전·현직 운동선수 26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자신이 출전할 경기에 돈을 건 뒤 일부러 진 다음 배당금을 챙기는 행위까지 서슴없이 일어나면서 체육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8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통해 프로농구 경기에 돈을 건 뒤 고의로 에어볼(공이 링에 맞지 않는 슛)을 던져 승부를 조작, 배당금을 챙긴 농구선수 박모(29)씨와 유도선수 황모(28)씨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또 국가대표 농구선수인 김선형(27·서울SK)을 비롯해 농구와 유도, 레슬링 전·현직 선수 24명이 불법도박에 많게는 4억여 원을 베팅한 사실을 적발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주로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며 불법 도박 방식을 서로 공유했고, 베팅을 위해 병영 내 PC활용 공간인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이용하거나 몰래 스마트폰을 반입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 선수의 승부조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9월 강동희(49) 전 프로농구 감독은 주전 선수를 빼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해 징역 10월의 실형이 확정된 바 있다. 앞서 2005년에는 양경민(43·전 TG삼보) 선수가 지인을 통해 스포츠토토를 구매했다가 벌금 100만 원을 내기도 했다.

농구뿐 아니라 나머지 4대 스포츠인 축구, 야구, 배구도 마찬가지다. 프로축구에선 지난 2011년 5월 현직 프로선수가 브로커에게 1억여 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해 총 10명의 선수가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어 2012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프로 야구선수와 배구선수가 개입된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나 파문을 더했다.

KBL 관계자는 “현직 선수가 직접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책 회의를 통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의 징계 수위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윤재준·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