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매자가 많이 모이면 깎아준다'는 소셜커머스 개념을 앞세워 2010년께 등장한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위메프·티몬 등이 독점 공급을 요구하고 대금 지급을 몇 개월씩 미루는 등 입점 업체들에 부당한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소셜커머스의 '갑질' 논란은 이번 국감에서도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의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 쿠팡, 독점공급 요구…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10일 쿠팡·위메프·티몬에 제품을 공급하는 A업체 대표에 따르면 이 업체는 올해 포워드벤처스(쿠팡) 김범석 대표와 상품 판매 계약과 관련된 '업무제휴 협약서'를 체결했다.

문제는 협약서 제2조(업무제휴의 범위)에서 "협력사(납품업체)는 본 협약에서 정하는 기간 쿠팡의 경쟁회사(소셜커머스)와는 동일한 관계(판매기간·판매조건·판매상품)를 맺지 않기로 한다"고 못박은 점이다.

한 마디로 쿠팡에서 어떤 조건으로 A업체가 물건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다른 위메프나 티몬에서 같은 물건을 같은 조건으로 팔 수가 없다는 얘기이다.

'독점공급'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쿠팡은 "우리(쿠팡)가 비용을 들여 프로모션·홍보를 해주는만큼 해당 기간에 같은 조건으로 다른 업체에 팔 수 없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자유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말라'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상 위법 소지가 다분한 조항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거래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이른바 '구속조건부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구속조건부 거래의 대표적 유형으로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 또는 자기의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는 거래(배타조건부 거래)'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과점 상태인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데,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쟁사업자 부당 배제' 행위를 할 수 없다.

한 변호사는 "만약 소송이 이뤄지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특수한 조건인지 들여다보고 독점공급 요구의 부당성을 따져봐야할 사안"이라며 "일단 공정거래법 취지로만 보자면 위법 소지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 위메프 수개월 후 대금 지급…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소지

소셜커머스가 판매자에게 수개월 동안 판매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도 이자 한푼 주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A업체가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 물품을 팔고 위메프로부터 대금을 받은 내역표를 보면, 대금 지급이 판매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무려 4~5개월이 지난 후에야 완료됐다.

예를 들어 하나의 '딜(특정 품목 판매)'이 2월 15일부터 시작돼 3개월 뒤인 5월 16일날 끝났는데도 첫 물품 대금 지급은 6월 3일에야, 그것도 수수료를 제외한 총 판매액의 70%만 이뤄졌다. 나머지 30%는 다시 2주일 간격으로 20%, 10%씩 나눠 입금됐다.

결국 2월 중순 판매·배송에 들어간지 꼬박 4개월반만인 7월초에야 A업체는 판매대금을 모두 손에 쥘 수 있는 구조였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제8조 1항)은 다수의 사업자로부터 물건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연간 매출 1천억원 이상의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에게 상품 판매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넘길 경우 유통업자는 납품업자에서 지연이자를 줘야한다.

아무리 길어도 월 단위로는 대금을 결제하되, 대금 결제 시점도 마감일로부터 40일을 넘기지 말라는 취지이다.

하지만 위메프는 판매업자의 딜이 차수를 거듭하며 3개월이나 이어졌지만 중간 정산을 한차례도 하지 않고 결국 해당 딜이 완전히 중단된 뒤에야 그것도 6주에 걸쳐 70%, 20%, 10%씩 분할 지급한 것이다.

티몬은 위메프보다는 나은 '주간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 단위로 판매액의 80%를 먼저 주고 각 주마다 남은 20%를 쌓아뒀다가 해당 제품 딜이 완전히 마감된 뒤에야 지급한다는 점에서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제품 불량 등에 따른 반품·환불 위험을 고려해 분할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티몬 관계자는 "사업 초기 정산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업데이트 되지 못해 일부 납품업체에 대한 20% 대급 지급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대규모유통업법 준수를 위해 현재 시스템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 배송지연 보상, 납품업체 전가…소셜커머스 대표들 국감증인 채택

또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고객들에게 배송 지연에 따른 보상을 약속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납품업체들로부터 받아내고 있었다. 발송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1천~3천원씩을 판매대금 지급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배송 지연과 품절 등으로 아예 소비자가 구매를 취소해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판매대금의 10~30%를 벌금 형태로 납품업체에 물어내게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오는 15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소셜커머스 뿐 아니라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 납품업체들에게 불공정행위를 강요했는지 따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범석 쿠팡 대표, 박은상 위메프 대표, 신현성 티몬 대표는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 출석을 요구받은 상태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