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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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기억법
단약은 분기점 없는 평생 마라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3-2)]
마약은 뇌에 생긴 병입니다. '재발과 재범 사이' 마약은 나쁘다. 딱 한번일 뿐이라도, 마약투약은 범죄다. 그리고 마약중독은 더 큰 범죄다. 하지만 마약에 중독되고나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약을 찾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크다. 그래서 단약치료를 받고 재활을 받다가도, 홀연히 다시 마약을 투약하는 '재범'이 되고 만다. 그러지 않은 중독자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마약중독자와 가족, 의료진들은 재범을 '재발(再發)'이라고도 말한다. 병이 다시 발생했다고 표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김재성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중독이 '뇌질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또 법적인 문제와 접해있어 잊기 쉬운데, 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이건 뇌에 생긴 병입니다. 뇌에는 어떤 것을 실행할 지, 뭐가 좋은지 등을 담당하는 보상체계가 있는데, 마약을 한번만 투약해도 뭘 하고 싶다, 사용하고 싶다 같은 보상체계가 완전히 뒤바뀌어지는 거에요. 오로지 약물만을 원하고 그래서 강박적으로 약물만 사용하게 되고, 이게 중독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필로폰은 앞쪽 뇌를 망가뜨립니다. 앞뇌를 '녹인다'고 표현하는데 인지·충동·억제·계획·실행을 담당하는 뇌가 사라지면 감정조절이 안되고 의욕이 안 생겨요. 뇌가 오로지 '약물'만을 원하는 일종의 강박증세가 나타나면 몸의 부작용들이 나타난다. “국내에서 많이 하는 마약이 필로폰인데, 이건 앞쪽 뇌를 망가뜨립니다. '앞뇌를 녹인다'라고 표현하는데, 인지·충동억제·계획·실행 등을 담당하는 앞뇌가 사라지면, 감정조절이 안되고 의욕이 안 생겨요. 심지어 세수하러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질 만큼. 멀쩡한 사람에게서 지적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안되는, 지적장애까지 나타나니까요." 그래서 마약중독은 치료를 받고 있어도 다시 마약을 투약하는, '재발'을 피하기가 어렵다. “뇌가 얼마나 손상됐는가에 따라 초기와 중기, 말기로 구분할 수 있어요. 초기는 갈망은 있지만 다시 마약을 하는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은 해요. 그러다가 한번씩 갈망이 세게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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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내모는 마약 '기소유예'… 수사·재판 연계 재활센터 확충 바람직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3)] 치료 가능 병원 단 2곳 진료 몰려장기관리 부담 등 집행 관심 적어정부지정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은 지난해 기준 25곳이다. 그중 실제 치료를 진행한 곳은 9곳 뿐이다. 지난해 641명만 치료보호가 이뤄졌는데, 전체 마약 사범(2만7천611명) 가운데 2%만이 정부 지정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더 심각한 건 실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인데, 지난해 마약중독자 치료의 86%가 이 2곳에서만 이뤄졌다.이 때문에 검찰이 의뢰한 치료보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근 5년간 검찰이 의뢰한 입원 치료는 3명, 외래는 53명에 그쳤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의 경우 집행률 자체가 매년 낮다. 지난 2021년 22명이었던 마약류 사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은 2022년 14명, 지난해 14명을 기록했다. → 표 참조인천지검 마약특수부 출신 법무법인온강 배한진 변호사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시행 건수가 유독 많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마약중독으로 입건돼 수사단계에서 (치료재활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검사가 할 수 있는 제도가 치료조건부 기소유예입니다. 지정된 25개 병원 중 무상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한다는 건데,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죠.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2곳 밖에 되질 않아 대기가 엄청 깁니다. 장기간 마약중독 피의자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구요. 검사입장에선 처벌하면 끝나는 문제인데, (제도가 있다고 해도) 집행하는 데는 아무래도 관심이 덜하죠. 법원도 치료감호청구나 치료명령제도가 있어요. 공주교도소에 치료보호감옥이 있긴 하지만, 전국에 딱 한 곳 뿐이니 쏠림현상이 심합니다."올해 4월 대검찰청과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은 마약류 단순 투약사범에 대한 사법 치료 재활 시설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범이거나 단약 의지가 강한 마약 투약사범에 한해 재활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수사·사법기관도 마약중독을 질병으로 대하는 인식은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치료재활을 통해 마약사범을 교화하는 사법제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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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끊게 해줄 인프라 없다면… 어설픈 처벌은 되레 독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3)] 최근 수사·재판 모두 치료에 중점재활 조건 사회 나와도 시설 전무마약중독자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은 수사·사법기관이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마약사건을 접하며 마약중독이 범죄이면서, 동시에 '질병'이라는 인식도 함께하고 있다.이는 마약투약 사범에 대한 법 집행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수사와 재판 단계 모두에서 '치료재활'을 염두에 두고 처벌수위를 판단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마약투약사범을 치료재활시설로 연계하는 제도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한국마약퇴치본부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등 3가지다. 실제 시행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은 지난 2013년 140명이었던데 비해 지난해 1천87명으로, 10년 사이 8배 가까이 늘어났다.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도 최근 3년간 194명(2021년), 281명(2022년), 439명(2023년)으로 증가했다.기소돼 재판을 진행하는 중에도 치료재활이 연계된 사법제도는 작동한다.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 법원의 치료명령제도가 대표적이다. 치료감호는 마약중독자를 감호(구금)해 치료를 행하는 조처다. 치료명령제도는 법원이 기소유예 판결에 대한 조건으로 피고인을 치료시설과 연계하는 처분이다.문제는 치료재활을 조건으로 처벌을 유예해준다 해도, 다시 사회로 나온 마약중독자들이 정작 치료재활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 관련기사 3면(사지 내모는 마약 '기소유예'… 수사·재판 연계 재활센터 확충 바람직)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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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과 치료의 공존… 법 테두리 안에 인프라가 없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3-1)]
마약중독자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은 수사·사법기관이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마약사건을 접하며 마약중독이 범죄이면서, 동시에 '질병'이라는 인식도 함께 하고 있다. 이는 마약투약 사범을 두고 법 집행의 수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들어 수사와 재판 단계 모두에서 치료를 병행한 처벌을 염두해 판단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마약투약사범을 치료재활시설로 연계하는 제도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한국마약퇴치본부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등 3가지다. 말 그대로 치료를 받고 마약퇴치 교육을 이수한다는 조건 하에 기소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이미 수사단계에서부터 '치료재활'에 방점을 찍은 사법제도들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시행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은 지난 2013년 140명였던 데 비해 지난해 1천87명으로, 10년 사이 8배 가까이 늘어났다.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도 최근 3년간 194명(2021년), 281명(2022년), 439명(2023년)으로 증가했다. 사안이 중해 기소가 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재판 진행 중에도 치료재활이 연계된 사법제도는 작동한다.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 법원의 치료명령제도가 대표적이다. 먼저 치료감호는 검찰이 청구하는데, 재판부가 필요성을 따져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감호는 마약중독자를 감호(구금)해 치료를 행하는 조처다. 치료명령제도는 법원이 기소유예 판결에 대한 조건으로 피고인을 치료시설과 연계하는 처분이다. 문제는 치료재활을 조건으로, 다시 사회로 나온 마약중독자들이 정작 치료재활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정부지정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은 지난해 기준 25곳에 그쳤다. 이중 치료를 진행한 곳은 9곳 뿐이고, 총 641명에 대해서만 치료보호가 이뤄졌다. 지난해 마약 사범(2만7천611명) 가운데 2%만이 정부 지정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때문에 수사과정 중 검찰이 의뢰한 마약중독자 치료보호 사례는 극히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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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범, 마지막 골든타임이 흐른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2-2)]
마약 중독자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중독' 상태임을 인지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마약중독을 다루는 일은 우리 사회가 갖는 '편견'을 깨부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앞서 1편에서 24시간 마약중독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마약중독은 범죄인 동시에 질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그 때문이다. 마약을 스스로 끊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부터 보통 중독이 시작된다. 취재진이 만난 마약중독자들과 가족, 전문가들은 그 패턴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약을 처음 접했을 때, '얼마든지 내 의지로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순간 중독이 시작되고 마약투약으로 초범이 됐을 때에야 '마약중독자가 됐다'는 걸 인지한다. 문제는 중독이 된 후에는 '의학적으로' 혼자선 마약을 끊을수 없는 중독상태에 빠지는데, 우리 사회가 이를 '의지박약'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 “경찰에 처음 적발됐을 때, 그제야 제가 마약에 '중독'됐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경찰에 처음 붙잡혔을 때 서정희(가명)씨는 7년째 마약을 투약하고 있었다. 검거될 때까지 숱하게 마약을 투약했음에도 그는 스스로 마약중독자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10년 전,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만난 낯선 이성의 한마디에 서정희(가명)씨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한번 해 볼래요? 기본이 좋아져요." 그의 손에는 정체 모를 액체가 담긴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정희씨는 '마약'이란 걸 직감했다. 불법이란 것도 알았다. 하지만 유혹을 단칼에 끊어내지 못했다. 주사기 안의 약물이 정희씨 몸 안으로 들어오자 이상한 변화가 느껴졌다. 클럽 노래 소리에 정희씨 정신이 순간 아득해졌다. 후폭풍은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정희씨의 신체 리듬은 완전히 망가졌다. 환청이 들렸다. 누군가가 “마약을 했지"라고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정희씨는 다시는 마약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번 손을 댄 마약을 향한 욕구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외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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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back’ 하고픈 사람의 마약 중독 고백… 단약 의지의 신호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2-1)]
흔히들 마약중독자를 일컬어 '약쟁이'라 비하한다. 그 비하 속에는 스스로 마약을 끊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의지박약으로 해석하는 조롱이 함축돼 있다. 하지만 마약중독자들과 수사기관을 비롯해 의료진들까지, 마약중독을 끊어내는 이른바 '단약'과정에서 중독자들의 단약 의지를 우리가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마약을 끊어내는, '단약'은 마라톤과 같다. 치료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아주 오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경쟁과 승자가 있는 마라톤과 달리 단약은 마약중독이란 병을 함께 이겨내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료는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단약 치료 중인 마약중독자들 곁에는 대부분 이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것은 가족이기도 했고 치료 및 재활전문가와 같은 외부기관이기도 했다. 또 마약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중독자들이 서로 동료가 돼주기도 했다. 그만큼 단약을 할때 '주변의 도움'은 필수적인 요소로 여긴다. 그래서 마약중독자가 '나 마약을 했다'고 주변에 투약 사실을 알리거나 '마약을 끊고싶다'는 도움을 요청할 때, 날선 비판보다 애정어린 응원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야 마약중독이란 병을 극복할 수 있다. 20살때부터 마약을 시작한 김경호(가명)씨는 2년째 단약 중이다. 그는 꽤 심각한 중독자였다.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은 어느새 삶의 중심이 돼버렸고 한때는 밀매상으로도 활동했을 정도다. 혼자서 마약을 끊어내려 몸부림을 쳐봤지만, 눈 떠보면 다시 약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런 세월이 몇년을 지속했다. '스스로 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자 전문가의 도움을 찾기 시작했다. 올해 초 문을 닫은 민간 마약중독재활치료시설인 경기 다르크를 찾아간 것은 절실함이었다. 이 곳에서 그는 같은 처지의 차규성(가명)씨를 만났다. 둘은 늘 붙어다녔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갈망을 통제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때론 위로하며 응원했다. 한명이 갈망이 올때, 다른 한명이 손을 붙잡고 울면서 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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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의지할 '동료' 있어야 '단약' 골인한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2)]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착각 '주변의 도움' 필수적 요소 여겨'갈망' 올때 서로 손잡고 버텨내 마약을 끊어내는, '단약'은 마라톤과 같다. 치료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아주 오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차이가 있다면, 경쟁과 승자가 있는 마라톤과 달리 단약은 마약중독이란 병을 함께 이겨내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료는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단약 치료 중인 마약중독자들 곁에는 대부분 이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것은 가족이기도 했고 치료 및 재활전문가이기도 했다. 또 중독자들이 서로 동료가 돼주기도 했다. 그만큼 단약을 할때 '주변의 도움'은 필수적인 요소로 여긴다. 그래서 마약중독자가 '나 마약을 했다'고 주변에 투약 사실을 알리거나 '마약을 끊고싶다'는 도움을 요청할 때, 날선 비판보다 애정어린 응원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20살때부터 마약을 시작한 김경호(가명)씨는 2년째 단약 중이다.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은 어느새 삶의 중심이 돼버렸고 한때는 밀매상으로도 활동했다. 혼자서 마약을 끊어내려 몸부림을 쳐봤지만, 눈 떠보면 다시 손을 대고 있었다. '스스로 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올해 초 문을 닫은 민간 마약중독재활치료시설인 경기 다르크를 찾아간 것은 그 절실함이었다. 이 곳에서 그는 같은 처지의 차규성(가명)씨를 만났다. 둘은 늘 붙어다녔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갈망을 통제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때론 위로하며 응원했다. 한명이 갈망이 올때, 다른 한명이 손을 붙잡고 울면서 말리는 일이 허다했다."갈망이 심하게 올때 술에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섞어 마셔버렸어요. 그러고, 기억이 전부 날아가버렸는데 제가 마약을 찾고 있었나봐요. 그때 규성이형이 저를 막았어요. 그러면 안된다고, 제 손을 꽉 잡으며 막았습니다."실제로 마약을 억눌러오다 참지 못하는 지경을 보통 '갈망'이라고 말하는데, 그 갈망이 임계점에 달하면 마약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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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는 순간 '덥석'… 단약, 의지박약 문제가 아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2)]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착각' 혼자 못 빠져나오면 '약쟁이' 조롱사회 편견 깨부수기부터 출발해야 마약중독을 다루는 일은 우리 사회가 갖는 '편견'을 깨부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앞서 1편에서 24시간 마약중독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마약중독은 범죄인 동시에 질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그 때문이다.마약을 스스로 끊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부터 보통 중독이 시작된다. 취재진이 만난 마약중독자들과 가족, 전문가들은 그 패턴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약을 처음 접했을 때, '얼마든지 내 의지로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순간 중독이 시작되고 마약투약으로 초범이 됐을 때에야 '마약중독자가 됐다'는 걸 인지한다. 문제는 중독이 된 후에는 스스로 '의학적으로' 마약을 끊을 수 없는 중독상태에 빠지는데, 우리 사회가 이를 '의지박약'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그래서 흔히들 마약중독자를 일컬어 '약쟁이'라 비하한다. 그 비하 속에는 스스로 마약을 끊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의지박약으로 해석하는 조롱이 함축돼 있다. 하지만 마약중독자들과 수사기관을 비롯해 의료진들까지, 마약중독을 끊어내는 이른바 '단약'과정에서 중독자들의 단약 의지를 우리가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 관련기사 (믿고 의지할 '동료' 있어야 '단약' 골인한다)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jyg@kyeongin.com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마약류 중독치료 전담병상을 운영하는 공공마약 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한다. 11일 용인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직원들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4.7.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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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로만 취급… '질병' 인식 부족한 사회,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1)] 사건 3분의 1 경인지역에서 발생출소 후에도 굴레 못벗는 악순환치료할 수 있는 병원, 전국 2곳뿐'혐오시설' 취급… 음지에서 운영가해자도, 피해자도 오로지 '나'인 범죄가 있다. 동시에 한국표준질병의 질병코드로 분류된 범죄다. 질병분류 'T40', 마약 및 정신이상 약에 의한 중독. 쉽게 말해, '마약중독'이다.지난해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 단속된 마약사범 수는 전국을 압도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경인지역 마약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단속 건수는 수원지검으로 4천133건에 달하고 인천지검이 3천48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정부지검에서 단속한 1천833건을 합하면 경인지역에서만 9천450건에 이른다. 전국 마약사건의 3분의1이 경인지역에서 잡혔다. 숫자로 접하니 마약중독이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었다는 걸 실감한다.그럼에도 우리사회의 마약중독은 여전히 범죄일 뿐이다. 범죄로만 취급하니 해결법도 신고 뿐이다. 치료적 관점을 두고 사회의 고민이 없으니, 치료를 위해 부모가 자식을 신고하고, 내가 나를 신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독자도, 가족도, 경찰도, 검사도, 의사도, 단약치료 없는 교도소는 오히려 출소 후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고 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마약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딱 2곳. 재활센터도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민간단체 뿐인데, 혐오로 배척당해 음지로 숨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폐쇄된다. 경기도 유일의 재활센터였던 경기다르크도 결국 문을 닫았다.이 때문에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은 고통뿐이다. 온 가족이 해외를 떠돌다 결국 교도소를 선택했고, 마약중독 자녀를 위해 엄마가 해외논문을 뒤져 치료법을 공부해야 했다. 마약을 다시 찾지 않도록 서로의 손을 꼭 붙잡는 중독자들의 처절한 단약과정은 오로지 민간에만 의존하는 대한민국 마약중독 치료의 현주소다.불행 중 다행으로,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있는 경기도에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중독치료센터가 설립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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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위해 전문가가 된 엄마… 손대면 끝 ‘마약에 만약은 없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1-2)]
준희(가명)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이였다. 대학생이 되고서도 성적장학금을 타올 만큼 똑똑하고 모범적인 아이였다. 엄마 이경선(가명)씨와는 사소한 일까지, 스스럼없이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같은 사이였다. 그날 준희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엄마 내가 마약이란걸 해봤는데, 기분이 정말 좋아져. 엄마도 이런걸 해봤으면 좋겠어"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마약'을 말했다. 아이를 너무 믿었기 때문일까. “그때는 아이도 잘 몰랐고, 저도 정말 잘 몰랐어요. 성인이 되면 다들 호기심에 클럽도 가고 술도 마셔보고 그러니까, (저는) 마약도 그런 정도일거라 생각했었어요. 저도 잘 몰랐고 아이도 크게 개의치 않고 말하니까. '한두번 그러다 말겠지' 하고 넘겼어요.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때가 골든타임이었는데.." 준희만큼이나 마약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었던 그 때를, 경선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지금도 할수만 있다면 경선씨는 준희가 마약을 말하던 그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물론 마약이 나쁜건 알았어요. 하지만 저도 준희도 마약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굉장히 막연한 거에요. 영화에서 보면 중독돼서 덜덜 떨면서 괴로워하는, 그런게 마약이라고 생각했죠.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도, 매체에서도 마약이 구체적으로 왜 나쁜지 단 한번도 알려준 적이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주변의 누군가 '좋은거 있다'고 말하니 '괜찮은가' 싶어 호기심에 시작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심각한 수준이 되고나서 후회하죠. 예방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된 후에야 알았습니다." 마약 자체를 몰랐던 '첫번째 무지(無智)'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결국에 준희는 마약중독이 됐다. '두번째 무지'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선씨는 준희가 당연히 마약을 금방 끊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준희는 결국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어느새 경선씨는 준희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초범이라 벌금형에 그쳤지만, 그건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마약투약으로 법에 걸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