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 [수요광장] 박목월 시 해석의 확장 가능성

    [수요광장] 박목월 시 해석의 확장 가능성 지면기사

    친필 유고라면 귀중자료 집성 마땅'울타리' 고향집 회상 그리움 정갈음역의 외연 넓힐수 있는 의미 지녀단순한 양적 증가 방점 찍는게 아닌'질적 재해석' 큰 기여 중요성 견지박목월 시인의 미발표 유고작이 소개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유품으로 남은 노트들에서 20대인 1930년대부터 타계할 때인 1970년대까지 선생이 쓴 작품들이 발견된 것이다. 시인의 장남 박동규 교수 자택 소장 노트 62권과 경북 경주에 있는 동리목월문학관 소재 노트 18권에서 취합한 300여 편 가운데 기존 전집에 수록되지 않고 문학성과 완결성이 큰 작품 166편을 선별한 결과이다. 이 작품들은 비교적 선생의 유니크한 창작 프로세스가 잘 드러난 사례들이기도 하다. 작품들의 주제를 크게 분류해보면 일상, 신앙, 가족, 사랑, 제주, 경주, 동심 등이 키워드가 될 만하다. 각종 행사에 따라 쓴 기념시나 헌시도 제법 많다.미발표 유고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이것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 하는 반론도 있다. 시인이 시집을 낼 때 배제했거나 유보했던 것이니만큼 공개를 삼가고 최소한의 참고자료로만 써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물론 그 반대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발표를 못 했을 뿐이니 발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여 완미한 작가론에 당연히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가령 윤동주의 누이동생 윤혜원이 월남할 때 가지고 온 오빠의 창작노트는 윤동주 전집에 모두 실려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윤동주가 자필 시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편제할 때 배제했던 것들이다. 그러니 박목월의 경우에도 친필 유고가 확실하다면 그것들을 박목월 연구의 중요 자료로 집성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동시'로 포괄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박목월은 이른바 '동요시'의 창안자로 유명하거니와 생전에 동시집 두 권을 냈을 정도로 이미 유명한 아동문학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찾은 '울타리'는 콩이 열리고 새알이 놓였던 고향집 울타리를 상상하는 회상 시편이다. 이제는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그 '소년의 꿈나라'

  • [수요광장] 세대 간 대화는 사회 갈등 해결의 출발점

    [수요광장] 세대 간 대화는 사회 갈등 해결의 출발점 지면기사

    청소년 자녀와 불편한 관계 늘어부모세대 탐욕서 어려움 기인 생각젊은세대는 무력감에 '삼포' 빠져부모들이 먼저 아집·한탕 자인해야타자에 대한 정의적 실천윤리 필요지나간 5월은 가정의 달이었다. 1980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결의한 이후 한국도 2005년 제정을 했다. 이유는 사회 구성에서 가정의 역할과 책임이 날로 중요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부부간의 폭력', '노인 학대', '아동 학대' 등 그 빈도와 강도(强度)가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과거 삼강오륜을 중시하는 동양적 유교전통에 기반을 둔 부모와 자식 간의 한국적 사유(思惟)는 이미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요즘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공감대가 점차 약화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 근간에는 부모 세대가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두 세대 간의 구별법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은 자식 세대이며 그렇지 않으면 부모 세대'라는 구별법이다. 아마도 자식 세대에게 스마트폰이 점점 유일한 친구가 되어 채팅, 검색, 맛집 예약, 심지어 애인도 스마트폰에서 직접 찾고 판단을 하니 부모에게 어떤 조력도 필요로 하지 않는 시절이 된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늘어나는 시간은 70~80년대 경제 성장을 이룬 산업 일꾼 경험을 가진 아날로그 부모 세대의 생각과 멀어지고 있어 상호 대화 단절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최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청소년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 자녀와의 불편한 관계가 2020년 11.1%에서 2023년 15.4%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 기반이 이들의 대화에 커다란 장벽이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상호 이해도에 있어서 2023년에는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아버지(약 5.5%)보다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가 약 9% 더 증가하여 어머니와 자식 간의 고립감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이렇게 부모와 자식 간의 가치관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현실은 부모 세대가 경험한 희생적 모습(성실, 부지런함, 노력 등등)을 자식 세대가 이

  • [수요광장]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감사와 감시는 다르다

    [수요광장]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감사와 감시는 다르다 지면기사

    하이브가 공개 민희진 카톡 대화록미동의 포렌식 자료일시 위법 소지강형욱 훈련사의 직원 메신저 열람동의 없었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CCTV 감시, 직장 괴롭힘 가능성도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두 이슈가 있다. 하이브 엔터테인먼트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 그리고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의 직원에 대한 폭언·감시 논란이다. 무관해 보이는 두 이슈 사이에는 노동관계법적인 공통점이 있다. 임직원에 대한 회사의 감독이 어디까지 적법하고 정당하냐는 것이다.먼저 민 대표의 경우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하이브가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공개하며 경영권 탈취 시도라고 주장하면서 세상에 불거졌다. 그리고 하이브는 최근까지 계속해서 민 대표와 부대표의 다른 대화, 심지어 민 대표와 지인의 카카오톡 대화록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문제는 하이브가 해당 대화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있다. 하이브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는 하이브 측과 민 대표의 직접 대화가 아니다. 하이브 측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내용을 제3자로서 들여다본 자료다. 게다가 어도어 설립 이전의 내용도 포함되고, 대화 상대방도 어도어 부대표로 한정되지 않아 업무상 소통 이상의, 민 대표의 사적인 대화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어도어 측은 하이브가 입수한 대화록은 민 대표가 동의하여 제출하지 않은 자료이며, 감사 과정에서 반납된 기기를 포렌식하여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만약 하이브 측의 입수 경위가 이와 같다면 정보통신망법 등 위반으로 대화록의 증거 능력 및 정당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민 대표 또한 기자회견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지만, 큰 차이가 있다. 민 대표가 공개한 대화록은 모두 자신이 상대방과 직접 나눈 대화라는 점이다. 따라서 민 대표가 공개한 대화록은 취득의 적법성 등을 따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메신저 감시는 강 훈련사 사건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다만 다른 부분은 강 훈련사가 감

  • [수요광장] 초등 체육교과 분리과정의 민주적 정치문화 미흡

    [수요광장] 초등 체육교과 분리과정의 민주적 정치문화 미흡 지면기사

    1·2학년 '즐거운 생활' 체육 분리코로나 영향 비만율 증가 등 이유교육계 이해 당사자들 찬반 팽팽교사노조 설문 90% "필요 못 느껴"반대 배제… 민주적 문화 싹 밟아앞으로 초등학교 체육교육에 큰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지난 4월26일에 교육부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여 초등학교 1·2학년의 체육, 음악, 미술을 통합한 '즐거운 생활' 과목에서 체육을 분리·신설하기로 결정하였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청소년 체력이 약해지고 비만율이 증가하자 교육부는 작년 10월31일에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초등학교 1·2학년에서 체육을 독립하여 신설하겠다고 하였다. 교육부는 이런 개정안을 지난 2월에 국교위에 요청했는데, 국교위가 교육부 요청을 두 달 만에 수용한 것이다. 앞으로 국교위는 교육과정 개정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개정안 연구를 하여 개정안을 만들게 된다. 국교위는 개정안이 만들어지면 심의·의결한 뒤에 '고시'하는 절차를 밟고 그 후에 교과명과 교과서 개발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교과목 분리에 통상 2~3년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 '즐거운 생활'도 1987년 6월에 통합과목으로 고시됐지만, 시행된 것은 1989년 3월부터였다. 35년이 지나 체육이 단독과목으로 시행될 예정이다.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국교위에 요청하고, 국교위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2개월간 체육교육 분야 이해당사자들 의견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양분되었다. 먼저 체육학계, 학부모단체, 체육시민단체가 교육부 개정안에 찬성하였다. 한국체육학회와 체육학 17개 단체가 공동으로 "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교육적 발달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중대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초등 1·2학년의 체육 수업이 따로 없어서 '기본적인 움직임 기술(Fundamental Movement Skills:FMS)'을 익히는 기회를 놓치고 운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운동과 멀어지는 문제가 있고, 초등 1·2학년이 신체 발달의 중요한 시

  • [수요광장] '기계'가 아닌 '사람'을 향한 유아교육

    [수요광장] '기계'가 아닌 '사람'을 향한 유아교육 지면기사

    유아까지 거센 디지털 교육 열풍3~4세 하루평균 184분 기기 노출언어·정서발달 부정적 영향 보고각국 미성년 디지털 규제 움직임자유로운 놀이 통해 연대·우애를평생, 목수로 살아온 59세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질환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동자를 위한 질병수당, 구직수당, 실업급여 등의 복지정책은 그에게 유명무실하다. 질병수당은 그가 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담당자에 의해 거절당했고, 디지털화되어 있는 관공서의 복잡한 절차는 실업급여 신청조차 어렵게 만든다. 구청에서 제안한 구직수당은 일 할 수 없는 그가 구직 활동을 증명해야 하니 수당 지급 기준을 맞출 수 없다. 전화 상담을 위해 2시간에 가까운 통화 연결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와 분투하는 그 앞에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시종일관 앵무새처럼 매뉴얼을 되뇌거나 몇 분차로 신청을 거부하는, 사람 혹은 기계를 보여준다. 선진적 정책과 디지털 시스템은 있지만, 이를 사용하고 활용해야 할 '사람'에 대한 고민이 배제된 일상을 영화는 고스란히 그려냈다.정부는 2022년 7월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포함한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 AI 보조교사 기능이 탑재된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 도입추진을 발표했다. 반도체, 디지털 등 첨단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은 증가하고 관련 제재는 완화되며 초중고뿐 아니라 유아교육 분야에서도 디지털 교육 열풍은 거세다. 교사의 디지털매체활용 능력이 강조될뿐 아니라 유아에게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디지털 관련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유아교육에서 디지털 관련 교육은 고등교육과는 달리 기술적 접근보다는 사회정서발달을 위한 보조도구로 강조된다. 영유아의 자유로운 놀이를 통한 감각교육 및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유아교육에서 기술 그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민교육', '디지털 놀이' 등과 같은 용어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개발된 개념이다.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아의 29.9%가 생후 24개월 이전 스마

  • [수요광장] 과거, 현재, 미래의 대통령

    [수요광장] 과거, 현재, 미래의 대통령 지면기사

    문 前대통령, 특정정파 이익 대변윤 대통령, 진정성 느끼기 어려워전·현직에 실망… 희망은 미래에스티브 잡스 닮은 이준석을 주목국민은 소통·포용의 대통령 꿈꿔총선은 국회의원 선출이 목적이지만 대통령 평가도 반영한다.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의 대통령도 포함된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 상황에서 다음 대선이 치러지게 되었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잊혀지고 싶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칠십 평생 이런 대통령은 처음'이라는 또 하나의 어록을 남기면서 선거에 개입했다. 정권 심판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를 찍으라고 국민들을 선동했다. 특정 후보들을 공개 지지했지만 대부분 낙선했다.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모두 알게 되었다. 동시에 국가원로가 되기도 어려워졌다. 재임 중에도 갈라치기로 일관했던 그였다. 퇴임후에도 전혀 변함이 없다.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은, 국가원로로서 전직대통령은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 모두를 통합해야 한다. 특정 정파의 이익만을 대변하면 곤란하다. 어쩌면 문 전 대통령이 총선의 가장 큰 패배자라 할 수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었다. 탄핵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불과 2년 전에 대통령을 선택했던 바로 그 국민들이 그를 심판했다. 전 정부의 실정, 상대 후보의 도덕적 흠결, 당시 여대야소에 대한 견제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대통령이 되었음을 잊었는가. 윤 대통령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자신을 국민들이 몰라준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민들은 이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경고를 보냈었다. 영부인의 명품백 사건, 호주대사 임명, 의료정책을 보면 대통령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다른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매일매일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본다. 총선결과에 대한 사과와 이어진 청와대 참모 인사 또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이대로 간다면 윤 대통령은 '아집의 불통령'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전·현직에 실망했으니 희망은 미래에 있다. 총선을 통해 대권의 꿈을 꾸는 사람도, 버려야 하는 사람도 생겼다. 민주당에서는 이제 누구도

  • [수요광장] 추억이 되지 않는 사랑

    [수요광장] 추억이 되지 않는 사랑 지면기사

    '카사블랑카' 추억되지않는 연인을사랑의 힘으로 떠나보내는 영화라면'8월의 크리스마스' 연인품고 떠나사랑마다 기억되고 여전히 진행형도무지 추억이 되질 않는다누구에게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감동적인 영화가 몇 편쯤 있을 법하다. 수많은 명편들의 목록을 줄줄이 꺼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한두 작품의 디테일까지 선명하게 재현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 기억에도 여럿 있겠지만 해외 경우로는 '카사블랑카', 우리 쪽으로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별 망설임 없이 그 사례로 든다. 1942년 작품 '카사블랑카'는 2차세계대전으로 어수선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옛 연인을 리스본으로 탈출시켜 떠나보내는 한 사내의 사랑을 담았다. 피아니스트 샘이 연주하는 'As time goes by(세월은 흘러가고)'가 선연하기만 하다. 1998년 개봉된 '8월의 크리스마스'는 당시 영화계 최고 스타였던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으로서, 사진사인 정원과 주차단속원인 다림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허진호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정원은 소도시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30대 중반의 그는 불치병으로 인해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다림이 그의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정원의 사진관 근처에서 주차단속을 하고 있다. 다림은 차츰 정원의 일상이 되어가는데, 20대 초반의 다림은 당돌하고 생기가 넘친다. 정원은 죽어가는 자신과는 달리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다림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녀도 친절하고 진솔한 정원에게 마음을 둔다. 하지만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던 중 정원이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 가고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은 문 닫힌 '초원사진관' 앞을 몇 번이고 서성인다. 기다리다 못한 다림은 편지를 써서 사진관 닫힌 문틈에 우겨 넣는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정원은 다림의 편지와 자신이 언젠가 찍어주었던 다림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떨군다. 다림은 더

  • [수요광장] 노동자로서 어떤 공약을 고르시겠습니까?

    [수요광장] 노동자로서 어떤 공약을 고르시겠습니까? 지면기사

    국힘 '주4일제' 사실상 반대 입장민주 '4.5일제'… 포괄임금 금지도 정의당은 '최저소득 보장법' 제시'노란봉투법' 여·야 찬반 엇갈려온갖 정쟁속 중요도 밀려 아쉬움10일 오늘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 날이다. 시민들의 투표를 얻어 의석수를 채우는 정당들은 향후 4년간 우리의 삶과 환경을 바꿀 법과 정책을 만들게 되므로, 4년마다 돌아오는 날이라고 해도 그 무게는 가벼울 수 없다. 하지만 내 가치관과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줄 후보와 정당을 고르기란 늘 쉽지 않다. 따라서 투표 당일 마음을 굳힐 유권자, 특히 임금을 받고 일하는 많은 시민들을 위해 각 정당의 노동공약을 살펴보고자 한다.이번 총선에서 노동분야 공약은 크게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개선 ▲노동조합 권한 등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먼저 근로자들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공약은 여당과 그 외 야당의 입장이 크게 갈린다. 먼저 국민의힘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 4일제'는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다 답보상태에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적다. 다만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유급 공휴일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더불어민주당은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을 지원하여 점차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근로기준법에 포괄임금제(일정액의 추가근무수당을 임금에 미리 포함하여 계약하는 제도) 금지를 명시하겠다고 공약했다. 녹색정의당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도입, 하루 노동시간 상한제, 11시간 연속 휴게제도, 심야노동 제한 등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풍부한 공약을 내놨다.일자리 개선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 명시를 약속했다. 또 정규직 채용 원칙을 세우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원하는 공약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고용형태를 건드리기보다 허위 채용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위 채용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 [수요광장] 대한축구협회 조직변화 이끌도록 성장하는 팬의 열정

    [수요광장] 대한축구협회 조직변화 이끌도록 성장하는 팬의 열정 지면기사

    아시안컵 사태후 축협 폐쇄적 운영 더이상 지속 어렵다는 현실 알게돼팬들 조직 감시·시민운동 역량 갖춰국민 의견 귀 기울여야 할 당위성도 이제는 ESG경영으로 혁신할 때다우리는 일하거나 공부할 때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워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여가 시간에는 긴장한 이성의 끈을 풀어 감정을 분출하고 쏟아낸다. 쏟아내는 감정 에너지 덕분에 문화산업이 성장하고 스타가 만들어진다.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팬(fan)이라고 부른다. 팬의 감정 에너지는 문화산업 매출 규모를 올리는 핵심 동력이고 앞으로 문화산업 조직 체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지난 2월7일에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졸전으로 패배한 책임을 묻는 팬 움직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시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감독 선임과 관리에 무능했던 대한축구협회(축협) 혁신을 요구하며 분노가 들끓었다. 4강전 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2월16일에 축협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다고 발표하였다.그러나 축협이 후임 선발을 서두르면서 팬들 비난이 거세지자, 2월27일에 황선홍씨를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였다. 그 와중에 한 영국 신문사가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 간의 다툼을 보도하면서, 축협 회장 퇴진이나 조직 혁신에 대한 팬의 요구는 약해지고 이강인을 비난하는 것으로 치달았다.이강인이 4강 졸전을 낳은 원흉으로 취급받으며 욕받이가 되어 팬들로부터 공격받았다. 그 결과 축협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아시아 예선전으로 3월21일에 개최된 태국전 경기의 홍보 포스터에 이강인을 제외하였다. 당시 축협은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던 이강인을 태국전에 선발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강인에 대한 맹비난은 이강인이 영국에 있는 손흥민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고, 서로 화해하여 다정한 모습을 매체에 보여주고 3월26일 2차 태국전에서 승리하면서 사라지고 있다. 다행히 팬의 열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치달아 선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았다.그런데 1차 태국전을 앞두고 응원단 '붉은 악마'는 정

  • [수요광장] 서로의 짐을 져주는 마음

    [수요광장] 서로의 짐을 져주는 마음 지면기사

    보편적이지 않은 그녀와의 수업주변 배려로 별일없이 학기 마쳐개강하고 새로운 지도학생 배정이해하고 심판 않고 관심 갖는다다시 한해를… '너'도 그랬으면첫 주 수업부터 그녀는 눈에 띄었다. 보편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모두가 웃을 때 웃지 않았고, 모두가 웃지 않을 때 웃었다. 그녀는 수업 중 교실을 나가거나, 조용히 수업을 듣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어느날은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다르다'는 감각은 어찌나 쉽게 드러나는지 몇 주 지나지 않아 그녀와 나머지 학생 사이에는 금이 그어졌다. 교사는 차이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든지,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교사의 태도는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연습되어야 한다든지와 같은 '말'로는 이미 그어지기 시작한 금을 지울 수 없었다. 학생들은 그녀에게 모진 말이나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았다. 주변이 함께 웃고 함께 쉬고 함께 토론하는 동안 그녀는 외딴 섬 같았다.우린 총 3번의 수업을 함께 했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복학생 선배들과 그녀를 한 조에 배정했다. 그녀는 토론에서 곧잘 말했고 그 학기는 크게 어렵지 않게 지났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과대표와 그녀를 같은 조에 편성했으나 그 학기는 명백히 실패했다. 과대표를 뒤에서 조용히 지원하겠다던 내 방식도 실패했고, 그러니 과대도 한 사람의 몫을 온전히 해내지 못하는 그녀를 참지 않았다. 우리 셋의 실패와 그로인한 각자의 열패감은 그대로 뉘앙스가 되어 함께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도 전달됐다. '다른' 학생 한 명을 '우리' 안에 받아들이는데 실패한 셈이고 그 현장을 학생들은 고스란히 목격한 목격자이면서 어찌해 볼 수 없는 방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생인 내가 실패함으로써 학생들을 열패감의 공범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내상을 입었다."누구에게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벗어나는 이를 볼 때 우린 불편하다. 나와 같거나 달라 불편한 강의실 안 그를 우린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 방식이 그대로 자신의 교실에서 재현될 테니 우린 좋은 교사가 되기 전에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