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 잠든 한국지엠 부평2공장 - '인천 자동차산업의 기록' 보존 목소리 생산차종 감소 2022년 가동중단공장 한켠 역대 엔진 15대 진열"전시공간 미흡·공개기회 없어"전기·수소차 등 車산업 변곡점노조, 과거사 알리는 사업 추진"아카이브, 지역사회에도 의미"1962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완성차 생산 공장으로 가동을 시작한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을 산업 역사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평2공장은 생산 차종이 감소하면서 지난 2022년 11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생산 재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평2공장 내 방치된 설비와 이곳에서 생산된 엔진 등을 산업문화유산으로 보존해 한국과 인천의 자동차산업 역사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경인일보는 최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 협조를 받아 부평2공장 현장을 취재했다. 부평2공장은 차량을 조립해 완성차로 만드는 조립공장과 엔진을 생산하는 엔진공장으로 구분돼 있는데, 조립공장은 1년 6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엔진공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에 탑재되는 엔진을 생산하는 라인 1개만 부분 가동 중이다.부평2공장은 외관부터 오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공장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붉은 벽돌은 색이 바랬고, 군데군데 시멘트로 땜질한 흔적도 보였다. 60년 동안 수많은 자동차가 이곳에서 생산돼 온 세월을 실감케 했다. 부평2공장의 엔진공장 한쪽에는 1979년 새한자동차 시절부터 한국지엠에 이르는 동안 생산된 자동차 엔진 15대가 전시용 보관함에 진열돼 있었다. 새한자동차의 고급 중형세단 로얄 시리즈, 1980년대 '마이카' 시대를 열었던 소형차 르망, 19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라노스·누비라·레간자 등에 탑재됐던 엔진들이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보관되고 있었다. 엔진공장 관계자는 "(엔진을) 일반에 공개할 날이 올 것에 대비해 이곳에서 생산된 역대 엔진들을 보관해뒀다"며 "다만 회사 내에 전시할 공간이 마땅찮고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할 기회가 없어 빛을 못 보고 있다"고 했다.엔진공장은 지난 4월 1천300만번째 엔진을 생산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단일공장 가운데 최대 생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에는 이곳에서만 동시에 4개 엔진이 생산됐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이 점차 줄어들면서 엔진공장의 생산 설비 역시 절반 이상이 멈춘 상태다. 한국지엠 노조는 새나라자동차가 현 위치에 공장을 세운 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천 자동차산업 역사를 기록·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면서 자동차산업이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를 생산해온 부평2공장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취지다.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부평공장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동차와 엔진 등의 보존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현대식 완성차 생산 공장의 시초인 부평2공장의 설비와 시기별로 제작된 엔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차량 등을 확보해 인천 자동차산업의 과거사를 알리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부평2공장 보존은 한국지엠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과거에 생산한 차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헤리티지'라는 개념을 접목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사를 조명하고 있는데, 한국지엠과 부평2공장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로 봐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부평은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한 도시로, 부평2공장을 역사적으로 보존하는 일은 지역사회에도 의미가 있다"며 "해외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의 헤리티지 활동은 걸음마 수준인데, 현대식 자동차 생산의 시초인 부평2공장 아카이브 사업은 국내 자동차산업 역사를 다루는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했다. → 관련기사 (국내 첫 현대식 자동차공장 상징성… 역사 조명, 지자체 관심을)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말리부와 트랙스 생산을 끝으로 1년 6개월째 생산이 중단된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조립공장의 불이 19일 꺼져 있다. 2024.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엔진공장 한켠에 부평2공장에서 역대 생산된 엔진들이 전시되어있다. 2024.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엔진공장이 멈춰 있다. 2024.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60년 역사 잠든 한국지엠 부평2공장 - 한국자동차산업 시작점 중요 일제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는 공간예전 자료 뿔뿔이 흩어진 건 문제완성차 등 박물관 운영 조건 충분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아카이브 사업은 인천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조명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부평을 한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천시와 부평구 등 관련 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부평2공장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37년 현재 부평2공장 부지를 사들여 군용차 생산 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1939년 자동차 부품 공장이 먼저 들어선 이후 완성차 공장 건설에 나섰지만, 1945년 일제 패망으로 완공되지 못했다.10년 넘게 방치돼 있던 부평2공장 일대는 1962년 국내 최초의 현대식 완성차 생산 공장으로 재탄생한다. 재일교포 박노정이 부평공장 부지에 '새나라자동차'를 설립하고 일본 닛산자동차로부터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로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신진자동차가 공장을 인수한 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지엠코리아를 세웠다가, GM이 지엠코리아 지분을 팔면서 1979년에는 새한자동차로 사명이 바뀐다. 부평2공장의 전성기는 1980~90년대 대우자동차 시기다. 소형차부터 대형 세단까지 다양한 차종이 이곳에서 생산되면서 부평지역 역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99년 대우자동차의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부도를 맞고 새 주인으로 GM이 복귀하면서 위상도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부평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었고, '인천 기업'으로 여겨졌던 대우자동차 대신 '외국 기업' 한국지엠이라는 인식만 남았다.주인이 숱하게 바뀌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인천의 자동차산업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인천과 부평은 중요한 지역"이라며 "BMW와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자사의 기술력과 역사를 보존해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의 산업화 초기였던 1960년대부터 자동차를 생산한 부평2공장의 역사는 해외와 비교하면 가치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다만 인천의 자동차산업을 조명하기 위해 필요한 기록과 자료 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게 한국지엠 노조와 자동차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는 창립 이래 생산·개발해온 차량과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헤리티지' 개념을 앞세워 회사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헤리티지 콘셉트를 강조하려면 그동안 개발했던 연구개발용 테스트카와 콘셉트카(신차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이 도입된 전시용 차량), 엔진 등을 잘 보존하는 게 핵심이다.그러나 한국지엠의 전신 기업에서 생산된 차량들은 뿔뿔이 흩어져 소재 파악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비영리단체 대우자동차보존연구소의 김동영 자문연구원은 "대우차는 군산공장에 홍보관을 설립하고 연구개발 차량과 콘셉트카를 전시했는데, GM이 2018년 군산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해당 차량들도 국내 곳곳으로 흩어지거나 해외로 넘어간 사례가 다수"라며 "현재 대우그룹과 관련이 있는 경기도 포천의 한 호텔에 10여대의 차량이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부평2공장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자치단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완성차 기업이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동차박물관이 없고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례가 전부인데, 인천이 한국의 자동차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김필수 교수는 "자동차 선진국들은 국립자동차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국립은 고사하고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없다"며 "인천과 부평의 현대사는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인천시와 부평구 등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두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엔진공장 한편에 부평2공장에서 역대 생산된 엔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2024.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조립공장 입구가 문이 닫혀 있다. 부평2공장은 차량을 조립해 완성차로 만드는 조립공장과 엔진을 생산하는 엔진공장이 있으며 현재 조립공장은 1년 6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2024.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1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인천 부평2공장 엔진공장이 멈춰 있다. 2024.6.1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코스트코 노동자 김동호씨 숨진 주차장 1년 후 폐색전증·과도한 탈수로 목숨 잃어 같은 지점 근무환경 올해도 무덥기만 2023년 6월19일 오후 7시께 코스트코 하남점 1층 주차장 한편에서 잠시 쉬던 김동호(30)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얼마 뒤 동료가 쓰러진 동호씨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낮 최고기온이 33℃로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그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쇼핑카트 정리업무를 맡아 주차장에 방치된 카트를 1층 매장까지 옮기던 동호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이 전부였다. 왕복하는 데 8~9분이 소요되는 5층 휴식공간은 있으나마나한 공간이었다.이틀 전인 17일 4만3천보(26㎞)를, 다음날은 3만6천보(22㎞)를 걸었던 동호씨는 그날도 쓰러질 때까지 2만9천보(17㎞)를 걸었다. 맨몸으로 걷는 것조차 힘든 폭염 속에 쇼핑카트까지 끌며 수만보를 걷는다는 것은 살인적인 노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동호씨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숨진지 100여일 뒤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는 동호씨 유족에게 산업재해 승인 통지를 했다. 1년 가까이 지나 다시 무더위가 찾아온 지금도 현장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오후 4시께 찾아간 코스트코 하남점. 이날 하남시의 기온은 31℃. 평일 오후인 탓에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2~3층 주차장의 기온은 외부보다 1~2℃가 더 높은 32~33℃에 달했다.먼저 1~3층 주차장에 흩어져 있던 쇼핑카트를 20여개 넘게 고정띠로 묶어 1층 쇼핑카드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해 1층 쇼핑카트 보관장소로 옮기는 쇼핑카트 정리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도 그대로인 탓에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잠깐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진 꿀맛 같은 휴식처럼 보였다.5층 휴식공간도 바뀌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쇼핑카트 정리 직원들에게 1~2층에 추가로 휴식공간이 마련됐는지 물어봤지만 경계심을 보이면서 답변을 거부했다.또 지하1층 사무실 앞에서 코스트코 중간 관리급 직원에게 재차 질문했지만 "휴식공간이 여러 곳에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장소와 언론공개는 어렵다"고 회피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무거운 카트 뒤 내몰린 노동권… '제2의 김동호' 막을 대책 시급) /문성호·윤혜경기자 moon23@kyeongin.com지난 2023년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김동호씨가 쇼핑카트 정리를 하다 온열질환 등으로 숨진 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해당 매장의 근무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7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한 직원이 쇼핑카트를 끌고 이동하는 모습. 2024.6.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지난 2023년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김동호씨가 쇼핑카트 정리를 하다 온열질환 등으로 숨진 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해당 매장의 근무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코스트코 하남점의 모습. 2024.6.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코스트코 노동자 사망 1년… 변한 건 없다 근무환경 여전·재발방지 미흡 실정 주차장 환풍기 등 개선 의지 사라져"책임자 없고 유족 사과의 말 全無"코스트코 하남점에 근무하던 김동호씨가 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근본적 근무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책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제2의 김동호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는 9일 코스트코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코스트코코리아는 연간 매출액만 6조원에 달한다. 전국 18개 코스트코 점포 직원은 6천여명 정도로, 매출액을 기준으로 국내 대형마트 3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코스트코의 업무 강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대표적인 업무가 동호씨가 일했던 쇼핑카트 정리·주차관리다. 코스트코 점포마다 쇼핑카트 정리·주차관리를 위해 15명 정도 일하고 이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8시간씩(점심시간 1시간 제외) 2교대로 근무한다.평일은 8명, 주말은 14~16명정도 쇼핑카트 정리·주차관리 업무를 하고 있지만 지방은 평일 5~6명, 주말 9~10명이 근무하고 있어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주말의 경우, 콤보(다른 직무 근무자)까지 인력이 부족한 쇼핑카트 정리·주차관리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당초 캐셔 근무로 입사했던 동호씨도 쇼핑카트 정리 및 주차관리 업무로 전환된 사례다.또 주말 평균 1시간당 매장 입구쪽으로 이동하는 쇼핑카트 수만 600~1천개에 이른다. 1명이 하루에 옮겨야 하는 쇼핑카트 수도 600~1천 개가 된다. 8시간 동안 1천여 개의 쇼핑카트를 옮기기 위해서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8시간 동안 공식적으로 주어진 휴식시간은 30분이 전부다. 이것도 한 번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3시간 동안 일한 뒤 15분 쉬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하남점처럼 거리가 먼 휴식공간엔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열악한 근무환경도 그대로다. 동호씨가 근무했던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은 3개 면이 개방형 구조여서 층마다 천장에 설치된 싱글팬 형태의 주차장환풍기 10여대로는 주차장 전체를 환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코스트코코리아의 개선의지는 보이지 않는다.이미연 코스트코 지회장은 "김동호씨 사망사건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이 없고 지금까지 유족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엔 관심이 없는 코스트코코리아가 연간 2천억원을 미국 본사에 배당금으로 송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호·윤혜경기자 moon23@kyeongin.com지난 2023년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김동호씨가 쇼핑카트 정리를 하다 온열질환 등으로 숨진 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해당 매장의 근무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7일 코스트코 하남점의 모습. 2024.6.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열악한 환경에 놓인 엘리트 체육의 요람 3년동안 뒤늦게나마 개보수 시작방학 이후에도 이어져 훈련 차질경기체중과 교지 사용 공간 협소근대5종 훈련 시설 설치는 '깜깜' 경기도 엘리트 체육의 요람 경기체고가 시설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으로 열악한 훈련 환경에 처해 미래 체육 꿈나무들의 훈련에 어려움을 빚고 있다. 특히 근대5종의 경우 최근 종목이 변경되면서 새롭게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공간 자체가 부족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지난 14일 오후 2시께 찾은 경기체고 교사동에선 외벽 및 창호 교체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를 위해 설치된 펜스와 천막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학생 선수들이 수업과 훈련하는 공간으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해당 공사는 노후화된 외벽과 창호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해 6개월 이상 진행되는 대규모 공사다.경기도 스포츠 유망주들의 꿈이 자라는 공간인 경기체고에선 최근 이 같은 공사가 뒤늦게나마 진행되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5월까지 3년여간 진행된 공사는 무려 14건에 달한다. 학생들의 훈련장소인 수영장과 사격장 환경개선 및 리모델링 공사는 물론 기숙사와 교사동에서도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이뤄졌다. 훈련에 차질이 없도록 방학 때 공사가 이뤄지지만 대규모 공사의 경우 개학 이후에도 진행되면서 훈련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좁은 교지면적도 열악한 훈련 환경의 원인 중 하나다. 경기체고 교지 면적은 4만2천219㎡로 같은 수도권인 서울체고(6만6천100㎡)와 인천체고(6만6천㎡)보다 작다.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1년 3월 경기체중이 경기체고 안에 설립되면서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학생 수는 더 늘어났다. 그만큼 좁은 공간에서 여러 훈련이 이뤄졌지만, 그동안 변변한 시설 보수는 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경기체중·고(326명)의 학생수는 326명으로 인천체고(270명)보다 많고 서울체고(348명)보다는 약간 적다.결국 훈련 공간이 협소한 탓에 최근 근대5종 훈련에도 문제가 생겼다.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기존 5개 종목 펜싱, 수영, 승마, 3.2㎞ 크로스컨트리, 10m 사격 가운데 승마를 장애물 경기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는데, 학교 상황에선 장애물 경기를 위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풀세트 8개를 설치할 경우 70m 정도의 직선주로가 필요한데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대한근대5종연맹도 종목 변경 상황에 맞춰 올해부터 일반부 5종 경기서 승마를 제외한 만큼 훈련을 위해 시설 설치가 시급하지만, 현재 뚜렷한 대책은 없는 셈이다.경기체고 관계자는 "다른 지방 체고의 경우 면적도 넓고, 훈련도 최신 시설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체고는 면적과 시설은 그대로인데 경기체중이 부지를 더 확보하지 않고 설립되면서 공간이 좁아진 상황"이라며 "현재 장애물 경기를 위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경기도체육회, 경기도교육청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30년 영광 배턴 쥔 미래… 경기체고, 새 '높이뛰기' 출발선에)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14일 시설 노후화 문제를 겪는 경기체고 교사동에서 외벽 및 창호 교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24.5.14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14일 경기체고 학생들이 체육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경기체고 체육장은 공간이 협소해 새롭게 추가된 근대5종 장애물 경기 훈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4.5.14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열악한 환경에 놓인 엘리트 체육의 요람 개교 이래 올림픽·AG 스타 배출道선수촌에 '신설 이전' 대안 제기노후시설 개보수부터 선행 지적도시설 노후화와 공간 협소로 훈련에 차질을 빚는 경기체고는 내년 개교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경기체고 출신 스타들의 활약이 빛난 만큼 향후 30년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경기체고는 1995년 개교 후 꾸준히 전국체전은 물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이들 스타는 뛰어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올림픽 메달을 따낸 스타로는 2000 시드니올림픽과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윤미진(양궁)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창환(양궁)이 대표적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도마 요정' 여서정(체조) 역시 경기체고 출신이다.아시안게임에서도 경기체고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양궁에선 정다소미(2014 인천아시안게임)와 최보민(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수영에선 성민(2002 부산아시안게임,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김서영(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이 경기체고 출신이다. 근대5종의 김선우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부터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땄다. 김상도(사격)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김경애(육상 창던지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서 활약했다.이처럼 경기체고는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성과를 내면서 엘리트 체육 요람이란 명성을 이어왔지만, 앞으로 30년에 대한 비전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시설 노후화와 공간 협소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현재 제기된 대안은 신설 이전이다. 2030년 전후 건립 목표로 추진하는 경기도선수촌에 신설 이전하는 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선수촌은 분산된 훈련시설을 집적화하고 도청 직장운동경기부를 포함한 도내 체육단체 간의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또 경기체고가 감당하는 수요를 분산하고 동계종목까지 영역을 넓혀 경기북부지역에 체고를 설립하자는 안도 제시됐다.도교육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플랜은 경기도선수촌에 들어가는 것이다. 경기체고 공간이 초과됐기 때문에 앞으로 거기에 무엇을 더한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면서도 "훈련에 필요한 시설 투자나 개보수 공사는 경기체고와 협의해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경기체고가 향후 경기도선수촌에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공감하면서도 당장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기체고가 현재 운영 중인 종목은 14개로, 이는 같은 수도권인 서울체고(22개)와 인천체고(21개)보다 적다는 게 아쉽다.이상범 오산대 스포츠지도과 교수는 "좋은 시설에 선수촌에서 직장운동경기부와 고등부가 같이 훈련하면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체고가 단순히 신설 이전만 된다면 오히려 선수촌에 흡수되는 것이다. 종목을 활성화시키고 예산을 투자해 역량을 높이는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시설 노후화 문제를 겪는 경기체고 교사동에서 외벽 및 창호 교체 공사가 한창인 지난 17일 경기체고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경기체고 훈련장은 공간이 협소해 새롭게 추가된 근대5종 장애물 경기 훈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4.5.17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한달 지났지만… 여전히 힘겨운 출·퇴근 하루 평균 이용객 7천~8천명 수준국토부 예상했던 기대치 '3분의 1'수서역서 내려 환승하면 번거로워아직은 직장인들 광역버스에 의존 지난 26일 오전 6시50분께 찾은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버스정류장. 성남 판교부터 서울 강남, 서초, 서울역 환승센터 등 수도권 곳곳을 가는 광역버스가 정차하는 이곳 정류장에 수시로 긴줄이 형성됐다.인근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와 SRT의 기점인 동탄역이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여전히 광역버스를 이용했다. 서울행 7002번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48)씨는 "지금 노선은 서울역을 안 간다. 굳이 빙 둘러서 갈 정도로 메리트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판교행 6008번 버스 줄에 서 있던 원모(25)씨는 "집에서 동탄역까지 가는 방법이 애매한 데다, 환승도 애매해 그냥 기존대로 버스를 탄다"고 했다.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 21분. 빠른 시간을 강조해 직장인의 '꿈의 열차'로 불리던 GTX-A 노선이 일부 개통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용률은 저조한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개통한 GTX-A 수서~동탄 구간은 기존 수서행 SRT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반쪽짜리' A노선이어서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TX-A 수서~동탄 구간 일평균 이용객 수는 7천~8천명 수준이다. 당초 국토부가 예상했던 평일 기준 이용객 수는 2만1천523명. 기대치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실제 같은 날 오전 7시40분 무렵 찾은 동탄역 GTX 승강장은 출근 시간임에도 승객이 많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서 방면 상행선은 오전 5시30분 첫차를 시작으로 보통 1시간에 3대씩 배차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엔 평균 17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오전 7시에는 3분과 21분, 39분, 55분 총 4대가 배차된다. 타 시간대보다 배차간격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차 출발 시간에 임박해 탑승한 승객마저도 앉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객차 내부는 널널했다.이는 전 구간 개통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성 동탄에서 출발하는 A노선은 서울 수서역, 삼성역, 서울역, 연신내역을 거쳐 고양 창릉을 지나 파주 운정까지 잇는 노선이다. 서울 도심과 강남을 관통하는 노선이지만, 삼성역 개통은 오는 2028년 하반기가 목표다. 파주 운정~서울역 민자 구간은 올 연말 개통 예정이다. 화성 동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 중 수서역이 최종 목적지인 경우는 많지 않은 만큼 서울 도심 진출이 쉽지 않은 환경에선 통근 수요가 쉽게 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GTX 승객들도 이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SRT로 출·퇴근해 왔다는 박모(26)씨는 "SRT보다 이용료가 저렴한 것은 좋지만, 아직은 서울 핵심지로 가는 게 쉽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전모(28)씨는 "수서역에서 내린 뒤 다른 지하철로 환승, 또 한번 환승을 한다. 지연이 잦은 SRT보다는 도착시간도 정확하고 비용이 저렴한 점은 좋으나 여전히 출·퇴근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접근성 나빠서"… 손님 안 타는 '수도권 교통혁명' GTX-A)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화성 동탄역 인근 한 버스정류장. 판교행 버스가 도착하자 시민들이 줄지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2024. 4. 26 /윤혜경기자hyegyung@kyeongin.com평일 출근 시간 무렵 찾은 GTX 동탄역 승강장. 이용객이 적어 널널한 모습이다. 2024.4.26 /윤혜경기자hyegyung@kyeongin.com
한달 지났지만… 여전히 힘겨운 출·퇴근 '핵심 환승역' 삼성역 개통 지연버스연계 등 노선 확충 지지부진"역근처 주차장 충분히 확보해야" '수도권 교통혁명'을 이룰 것처럼 보였던 GTX가 현재 승객들에게 외면받는 원인은 결국 낮은 접근성 때문이다. 계획보다 준공이 지연되면서 서울 중심으로 이동이 불편하고, GTX 역사까지의 접근성마저 떨어지면서 기존 출퇴근 교통수단보다 편의성이 높지 않아서다.2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GTX-A 노선의 전 구간 개통은 2028년 하반기로 예측된다. 지난달 개통된 동탄~수서 구간과 올해 말 개통 예정인 운정~서울역 구간을 잇는 삼성역 개통이 2028년 하반기에나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2016년 착공을 시작한 GTX-A 노선은 완공까지 무려 12년 걸리는 셈이다.삼성역 개통은 GTX-A 노선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향후 GTX-C 노선을 포함해 5개 환승역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삼성역 개통은 삼성역과 봉은사역을 잇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사업이 지연되면서 같이 늦어지는 실정이다. 2021년 착공에 들어간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사업은 설계 시공방식 변경과 감사원 감사 등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 현재는 복합개발 2공구(GTX-A 환승센터) 사업 주체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존 공사비(2천928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증액해 재공모를 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었다.사업 주체인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사업비를 증액해 재공고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이런 상황 속에서 GTX 역사 접근성을 높이는 연계 교통 체계 확충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연계 교통 체계 확충은 집에서 GTX 역사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대중교통 노선을 신설 및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문제는 경영난과 기사 고용난 등으로 버스 업체들이 노선 확대 및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협의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화성시는 지난달 동탄역(GTX-A) 개통을 앞두고 연계 교통 확충에 나섰지만, GTX 막차 시간 심야 버스 2대 증차와 똑버스 5대 증차만 이뤄졌다.화성시 관계자는 "현재 노선 확대를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지역 내 노선 중 수익성이 나는 노선이 희박한 편"이라며 "대부분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라 시에서 재정 지원을 통해 운행해야 하는 노선이 대부분인데 예산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연계 교통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올해 말 운정역(GTX-A) 준공을 앞둔 파주시는 지난해부터 24개 버스 노선 신설 및 확충에 나섰지만, 현재도 조율 중인 상황이다. 고양시는 최근 GTX-A 노선인 킨텍스역과 대곡역으로 이어지는 버스 노선 확보, 주차장 및 버스·택시 정류장 건립, 도로 확장 등을 위해 특별대응팀(TF)까지 발족했다.파주시 관계자는 "버스 업체의 수익성 악화 등으로 노선 확충에 어려움이 있는 건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다"라며 "그나마 파주시는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먼저 시행하는 등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교통 전문가들은 앞으로 GTX-B, C 노선과 2기 GTX 사업이 예정돼있는 만큼, 현재 GTX-A 노선의 저조한 이용률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계 교통 확충도 대중교통에 국한될 게 아니라 여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공사 지연의 정확한 사유를 제대로 밝혀 문제점을 짚으면 GTX-B, C 노선과 2기 GTX 사업이 더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며 "대중교통을 통한 연계 교통 확보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역까지 자차를 이용하는 승객의 접근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보통 GTX 등 광역철도의 역세권은 기존 지하철 역세권보다 범위가 넓다"면서 "역 근처에 주차장을 많이 만들고, 주차 요금 할인도 연계해 자차 승객을 확보하는 것이 GTX 시대에 맞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GTX-A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 /경인일보DB
수면 위로 떠오른 성인 콘텐츠 논란 개최 장소마다 반발… 행사 취소양지화 둘러싼 여론 여전히 분분"남성 성적 자기결정권 악마화""여성 도구로… 성해방과 멀어" 지난해 유튜브를 시작으로 한국 콘텐츠 시장엔 AV(Adult Video) 배우들의 출연 빈도가 급상승했다. 3월 국내 모 연예인의 유튜브 예능 채널에는 AV 배우 '오구라 유나'가 출연해 조회수 1천만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4월에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성인 대상 토크쇼 '성+인물'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 연예인들은 일본의 다양한 성 산업을 소개하고 성인 배우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토크쇼는 일본 성인물 산업의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줬다는 일부 여성단체의 항의가 있었지만 흥행에 성공하며, 8월과 이듬해 2월 각각 대만편과 독일, 네덜란드편을 공개해 다시 한 번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그러던 지난 2월 AV 배우들이 수원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만명 규모의 참가자가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성인 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on(이하 KXF)'을 연다는 것이 주최사 플레이조커의 설명이었다. 온라인으로만 소비되던 성인 콘텐츠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간 단발성으로 일부 AV 배우들을 초청해 팬미팅을 가진 행사는 있었지만 KXF처럼 대규모로 참가자를 받고 성인용품 등 여러 성인 콘텐츠를 한데 모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주최사는 미국의 'AVN(Adult Video News)', 대만의 'TAE(Taiwan Adult Expo)'처럼 한국에서도 KXF를 통해 본격적인 성인 콘텐츠 양지화를 선도하겠다고 공언했다.하지만 이는 곧장 반발에 부딪혔다. 개최 장소로 꼽은 수원과 파주, 서울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 차례에 걸친 장소 이동 끝에 KXF 주최 측은 결국 지난 18일 행사 참여 배우의 신변 보호 등의 사유로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행사는 취소됐지만 성인 콘텐츠의 양지화를 둘러싼 여론은 여전히 분분하다.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과 주최사 플레이조커 측은 이를 성별 갈등의 한 갈래라고 주장한다. 앞서 천 당선인은 19일 "개최가 무산된 지자체에선 과거 성인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인 내용의 공연이 진행된 적도 있고 현재도 공연 중이다"라며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달리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제한하고 악마화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은 천 당선인이 언급한 공연 역시 취소돼야 한다며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공연에 대한 민원을 파악했고 위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성·청소년단체를 비롯한 반대 측은 KXF가 성별 갈등과 무관한 왜곡된 성문화의 확산이라고 주장한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KXF는 모두가 즐겁고 평등하게 성에 대해 나누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성인 페스티벌이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도구로 삼는 포르노적 관점의 행사와 콘텐츠는 성 해방과 오히려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의당과 일부 시민들은 KXF 역시 유사 성매매의 일종으로 보고 이에 대한 규제 입법을 국회에 청원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한편 플레이조커는 지난 19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개인 유튜브를 통해 "민간 행사장에서 일어나는 행사는 서울시가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히자 KXF 취소를 번복하며 5~6월 중으로 재개를 선언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관련기사 ([경인 WIDE] '행정력 남용' vs '도덕성 우선'… 수면 위로 떠오른 성인 콘텐츠 논란)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2024 KXF The Fashion 주최측이 대체 장소를 구해 다시 행사를 추진 중인 가운데 3일 오전 수원 메쎄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개최 반대를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나갔다.2024.4.3./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 /연합뉴스
관할 지자체들 "총동원 저지" 방침 주최측 "국민권리 제한·위법성 부당"선제적 집행·소통 부족 논란 키워최종 정당성 판단 사법부 몫으로성인페스티벌은 행정 당국엔 전례 없는 충격이었다. 대체 장소가 공개될 때마다 관할 지자체에선 비상이 걸렸고, 행사가 옮겨간 지자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처럼 보였다.실제 성인페스티벌은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에 꾸준한 항의를 받았다. 지난 2월 수원 메쎄에서 개최 소식이 처음 알려지자 지역 내 각계각층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수원 메쎄 인근 주민들과 학교 학부모 단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지난 16일 행사 장소가 서울 강남구로 옮겨지자 18일 강남구청 홈페이지 내 구민의견 게시판에는 '타 지자체에서 무산된 성인페스티벌을 강남구가 못 막는다면 지자체장의 무능'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포함한 300여건의 KXF 개최 반대 글이 올라왔다.이런 여론이 형성되자 수원시와 파주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강남구청 등은 모두 '행정력 총동원을 통한 저지'라는 방침을 내세웠다.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이 여론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수원시는 지난달 29일 '교육환경보호법'을 들어 KXF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파주시는 '파주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에 어긋난 행사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13일 '하천법'과 '유선 및 도선사업법' 위반을, 강남구청은 18일 '식품위생법' 위반을 주장했다.KXF의 주최사 플레이조커는 지자체의 이런 행동들이 국민권리의 제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희태 플레이조커 대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행사에 대해 위법성을 먼저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성급한 행정력 남용"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엔 사후 집행이 맞지만, 이번 행사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민원 등이 다수 발생한 시급한 상황이다 보니 적극 행정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행사 저지 과정에서 앞선 지자체 모두 주최사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대관사와 논의를 진행한 측면도 대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행사 승인의 주체가 지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주최사에 연락하는 것이 오히려 압박으로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행사 저지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도 거센 가운데 주최사 플레이조커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하며 해당 결정의 정당성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예정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은 "사회·문화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도덕적인 성 관념 문제를 지자체들이 행정력에 적용했다"며 "향후 행정당국은 주최 측에 손해배상 책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성인페스티벌 행사 저지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도 거센 가운데 주최사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수원역 환승센터 앞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성인 엑스포 개최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2024.4.1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